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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으로 찾아가 함께 만드는 재난에 강한 이웃 | 지역사회에서 안전운동 밑그림 그리기 워크숍 (2)

연일 이어지는 장마로 촉촉한 날씨가 이어지던 7월 22일, 4.16연대 4층 회의실에서는 ‘지역에서 안전사회운동 밑그림 그리기’ 워크숍이 진행됐다.

 

지난 17일과 22일, 총 2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시민이 주도하는 재난 대응과 상호 돌봄이 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공동체와 시민, 마음과 사회 구조 등 다양한 과점으로 재난을 바라보며, 지역사회에서 안전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워크숍은 앞으로 각 지역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워크숍은 4·16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재난사회운동’ 연구팀이 주최했다.

오후 2시가 되며 워크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순서로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비롯해 반복되는 재난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다 함께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사회를 맡은 4.16연대 김지애 활동가는 이번 워크숍의 취지와 구성에 대해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워크숍은 안전사회위원회 ‘재난사회운동’ 연구팀이 발간한 『재난에 앞서는 이웃 만들기, 재난사회에서 안전사회로 가는 안내서』를 토대로 5개의 강의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재난 공동체와 회복’, ‘재난의 시간과 회복’, ‘재난에서 시민의 역할’은 지난 1회 차에서 진행됐으며, 이날 열린 마지막 2회 차에서는 ‘재난 이후 공통의 삶’과 ‘재난을 마주한 마음들’을 주제로 한 강의가 이어졌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전주희 연구원은 이날 ‘재난 이후 공통의 삶’이라는 주제로 첫 강연을 열었다.

 

재난, 안전이라는 감각의 균열

 

전주희 님은 몇 년 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유가족을 인터뷰하던 당시, 한 유가족이 재난을 ‘남의 일’이라고 표현했던 일을 소개했다. 그는 “사람들은 재난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철저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도 창문을 열어놔 비가 들이칠까 걱정은 하지만, 이 비로 우리 가족이 떠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곧 자신의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있다는 가능성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둘러싼 ‘안전’에 대한 지배적인 감각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믿음은 위험에 대한 이성적 인식이나 감각을 무디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상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안전이란 무엇일까 그는 우리가 인식하고 감각하는 ‘안전’은 객관적이라는 진실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하나의 ‘믿음 체계’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안전의 기준과 의미는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안전에 대한 통념에 균열이 발생하는 순간은 세월호참사처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뚜렷하게 인식하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다. 그는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안전’이 시민권(citizenship)의 가장 중요한 범주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균열의 심화

 

그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곧 안전에 대한 개별적 대응을 강화하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험의 개인화’​와 ‘안전의 상품화’​라고 설명했다. 먼저 위험의 개인화는 단순히 재난의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넘어, 사회·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위험 역시 불평등하게 할당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편 안전의 상품화는 안전이 자본주의 상품 생산 체제에 편입되면서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세월호참사를 활용한 노이즈 마케팅 사례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와 국가의 노력보다 기업이 개발·판매하는 공기청정기를 소비자가 구매하는 현실을 예로 들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경우 국가의 보안과 치안의 차원에서 안전을 강화하는 ‘안전의 치안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가가 사회적 갈등을 억압하기 위해 치안 활동을 강화하며 안전 담론을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재난 상황에서는 국가의 ‘자기 방어’논리가 작동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재난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책임 요구는 치안을 위협하거나 과도한 특권을 요구하는 행위로 프레임화 되고, 피해자들은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안전의 치안화는 결국 국가의 재난 피해자의 자리를 탈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태원참사 당시 윤석열 정부가 설정한 ‘국가애도기간’을 들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슬픔, 진상규명 요구보다 국가가 주도하는 ‘말끔하게 정돈된’ 애도 의례가 앞세워지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이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공간이 봉쇄됐다는 것이다. 이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는 “놀다가 죽었는데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혐오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재난을 대비하는 힘, 커뮤니티 방제

 

전주희 님은 이어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인 ‘커뮤니티 방제’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커뮤니티 방제의 핵심은 재난 이전부터 서로 얼굴을 알고 신뢰를 쌓아온 관계가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데 있다.

 

이어 그는 2016년 경주 지진 당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공공이 최소한의 대피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진에 대한 불안이 이어지자, 경주 아이쿱생협을 중심으로 시민들은 일상적인 공동 돌봄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시민들은 황성공원에 자발적으로 모여 텐트를 설치했고, 약 100여 동 규모의 자발적인 텐트촌이 형성됐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재난 이후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연결되어 있는 사회일수록 재난 대응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가진 관계망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평소부터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재난 대응에서 국가의 책임은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의 역할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안전의 치안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의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집단적 안전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성을 국가의 제도로 확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 역시 안전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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