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모두의 축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 시민안전정책 제안활동 지원사업

축제는 누구에게나 설레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 친구들과 음식을 먹고, 다양한 부스를 구경하며 학교의 일상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축제장에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동할 길이 막혀 있거나,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면 축제는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2일, 노무현시민센터 다들려강의실에서 「모두의 축제, 모두의 안전: 장애청년 중심 축제 공간 재난안전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제1차 청년안전공론장이 열렸다. 이번 공론장은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가 주최하고 4·16재단과 사랑의열매가 지원하는 시민안전정책 제안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날 공론장에서는 전국 대학 축제에서 장애청년이 실제로 겪는 안전과 접근성의 문제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만들어질 가이드라인에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앞서 진행된 대학 축제 모니터링에서는 서울 소재 12개 대학의 축제를 대상으로 축제 전·중·후 총 33개 항목을 점검했다. 조사 결과 축제 전 단계의 점수율은 59.7%, 축제 중은 55.3%, 축제 후는 58.3%로 나타났다. 특히 축제 후 단계는 확인율이 55.4%에 그쳐, 행사 이후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날 공론장에서 더욱 주목할 만했던 것은 숫자보다 실제 축제 현장에서 발견된 구체적인 모습들이었다.

중앙대학교 축제를 모니터링한 박혜영 파견이사는 기존에 장애인과 이동약자가 이용하던 건물과 동선이 축제 기간 동안 폐쇄되면서 이동에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이용하기 위해 스태프에게 요청해 문을 열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부스와 푸드트럭이 좁은 공간에 설치되면서 휠체어 이용자가 이동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이에 대해 축제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과 이동약자가 평소 이용하는 경로를 파악하고, 부스와 대기줄, 안전펜스 등이 기존의 접근 가능한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여자대학교 축제 모니터링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장까지 계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더라도 중간에 작은 단차가 있거나, 공연장과 가까운 화장실이 있어도 실제 이용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면 이용자에게는 불편이 될 수 있다. 결국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가'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동하기에 공간이 충분한지, 장애물이 없는지, 공연장과 화장실 등의 주요 시설이 연결되어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축제의 접근성을

하나의 '참여 여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흔히 접근성이라고 하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과 같은 개별 시설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의 경험은 그렇게 분절되어 있지 않다.

 

축제 정보를 처음 접하고,

'내가 이 축제에 갈 수 있을까'를 판단하고,

행사장까지 이동하고, 입구를 지나 공연을 관람하고,

부스에 참여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화장실을 이용한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안전하게 행사장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연속된 경험이다.

 

어느 한 지점에서

이동이나 정보 획득, 시설 이용이 어려워진다면

다른 공간의 접근성이 아무리 잘 확보되어 있더라도

그 사람의 축제 참여 경험은 그 지점에서 단절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가이드라인 역시

입구, 무대, 부스, 화장실처럼 각각의 시설을

개별적으로 점검하는 것을 넘어

'축제를 알게 된 순간부터 안전하게 현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참여자의 경험 전체를 살펴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여러 대학의 사례를 들으며

'배리어프리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관람 공간이 마련됐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그 공간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지,

그곳에서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있는지,

다른 축제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배리어프리존이 마련돼 있음에도

해당 공간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계단이 있거나,

주변 시설과의 연결성이 충분하지 않은 사례가 공유되었다.

 

또한 공연 장소가 갑작스럽게 변경되면서

기존에 마련한 접근성 대책을 그대로 이용하기 어려워진 사례도 소개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한 공간에 '배리어프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이 아니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이 그 공간까지 도달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다시 다른 활동으로 이동하는 전체 과정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장애인만을 위한 문제도 아니다.

 

낯선 공간을 방문한 사람, 일시적으로 다리를 다친 사람,

어린아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사람 등 누구나

상황에 따라 이동과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론장에서도 이러한 '참여 여정'의 관점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축제 참여자의

안전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접근성은 물리적인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축제 일정과 장소가 SNS에 게시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가 없다면

시각장애인은 정보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

 

공연에서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청각장애인은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공연의 모든 내용을 함께 경험하기 어렵다.

 

문자통역이 제공되더라도

공연 전체가 아닌 사회자의 발언이나 대화 일부에 한정되는 사례가 소개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를 제공했는가'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그 정보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가'이다.

 

비상 상황에서는 이러한 정보 접근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고 대피로가 마련돼 있더라도

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전달받고,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어떤 경로를 통해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할 것인지가 연결돼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대학축제에는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장애학생지원센터, 안전요원,

외부 공연업체, 푸드트럭 운영업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

 

문제는 접근성이나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이를 확인하고,

누구에게 개선을 요구하며,

최종적으로 누가 책임질 것인지

불분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푸드트럭의 접근성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논의됐다.

 

대학이나 학생자치기구가 축제를 주최하더라도

푸드트럭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외부 업체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축제 기획단이 신경 써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업체 선정과 계약 단계에서부터 접근성 기준을 반영하는 등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학 구성원 간의 소통 문제도 제기됐다.

 

중앙대학교 모니터링 과정에서는 모니터링 측이

총학생회에 두 차례 이메일과 한 차례 카카오톡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사례가 공유됐다.

 

이에 축제 운영 과정에서 장애청년이나

장애 관련 단체가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와 피드백 절차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종합하면,

접근성과 안전을

누군가의 개인적인 관심과 노력에만 맡겨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규정되어 있는 것은 비교적 잘 이행되지만,

규정되지 않은 것은 이행되기 어렵다.

 

대학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매년 바뀔 수 있다.

 

총학생회도 바뀌고,

담당자도 바뀐다.

 

어떤 해에는 장애 접근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축제를 담당해

좋은 지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다음 해에는 같은 수준의 지원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특정 대학이나 담당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일부 대학의 긍정적인 사례를

단순한 모범사례로 평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학마다 달라지는 지원을 어떻게 제도와 절차를 통해

안정적으로 보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안전 보장이

각 기관의 재량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만들어질 가이드라인에는

축제의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과 함께,

기획 단계에서부터 접근성과 안전을 담당할 예산·인력·담당자를 정하고

대학본부와 학생회, 장애학생지원센터, 안전요원, 외부 업체 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문제는

사후 평가와 환류였다.

 

축제가 끝나면 행사도 끝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음 축제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때부터 중요한 과정이 시작된다.

 

축제 준비와 진행 단계뿐 아니라

축제가 끝난 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기록하고,

그 문제에 대한 개선 결과를 남겨

다음 담당자에게 인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축제를 준비하는 주체가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록과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매년 비슷한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발견하고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축제 당일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체크리스트를 넘어

축제 전 준비–축제 중 운영–축제 후 평가와 개선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배리어프리존을 설치하고 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했다면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의 경험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장애청년의 경험을

나중에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기획하고 현장을 점검하며

사후 평가하는 전 과정에 장애청년이 직접 참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가이드라인은

장애청년이 단순한 지원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기획, 현장 점검, 모니터링과 사후 평가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결국 '장애청년 중심'이라는 말은

장애청년만을 위한 별도의 안전 기준을 만든다는 의미라기보다,

기존의 안전 기준이 미처 보지 못했던 위험과 배제를

당사자의 경험에서부터 다시 발견하는 과정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대학축제에서 안전하다는 것은

단순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축제에 가고 싶을 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행사장에 도착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음식을 먹고 부스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고 안전하게 현장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의 어느 한 부분에서 누군가의 참여가 막힌다면,

과연 그 축제를 모두에게 안전한 축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1차 청년안전공론장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대학축제의 공간과 안전 기준을

장애청년의 경험을 통해 다시 질문하는 자리였다.

 

또한 현재 존재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제도적 변화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공론장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앞으로 「장애청년 중심 축제 공간 안전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항목과 기준에 반영될 예정이다.

 

대학축제의 즐거움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단차를 발견하고,

정보가 누구에게나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정해 두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준을 만드는 자리에

실제로 축제를 경험하는 장애청년의 목소리가 함께해야 한다.

 

안전한 축제란 단지 사고가 없는 축제가 아니라,

누구나 축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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