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를 누구보다 오래 기억하자"
"설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피하거나 봐주기식 대응을 하지 않는 용기와 힘을 기르고, 늘 약자의 편에 서자"
2017년 스텔라데이지호를 탔던 선원 문원준 씨가 졸업식에서 했던 말입니다. 문원준 씨를 포함한 22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다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습니다. 선원 24명 중 2명만 탈출했습니다. 내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나머지 22명은 아직까지 미수습자로 남아있습니다.
8월 27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에 대한 '해양심판 재결 취소소송' 행정재판이 열렸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이 선사 과실을 인정한 해양 심판 2심에 불복하여, 재판이 3심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과거 중앙해양안전심판원(중앙해심)은 폴라리스 쉬핑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해 '개선 권고'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이유는 폴라리스 쉬핑의 안전관리 소홀임을 인정하는 의미였습니다.
이번 행정재판 최종심은 9월 17일에 열리는 부산고등법원 형사재판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3주 전에 열렸습니다. 중앙해심원의 재결이 '선사의 중대 과실을 인정한 국가기관의 공식 판단'인 만큼, 선사 측이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해양 심판에 불복한 것입니다.
재판에 앞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기독교운동연대 등이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절박하게 외치는 구호가 있었습니다.
여는 발언으로 대전시국회의 상임대표 남재영 목사가 이 자리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남 목사는 "시민의 억울한 아픔과 고통에 연대하는 것은 시민사회와 종교계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가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만큼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에 대전지역이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이어서 스텔라데이지호 법조대리인 박훈 변호사가 발언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깨끗하지도 않은 바닷물을 배 밑바닥에 깔아 다 녹슬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선박에 짐을 균등하게 실어야 하는데 선사는 3억이 든다는 이유로 보강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선사 폴라리스 쉬핑을 비롯해서 해운업계 전반에 만연한 안전관리 부실을 지적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침몰 시각을 두고도 논쟁이 있습니다. 선사 측은 '10분의 시간이면 선원들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고, 사측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니 황당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최종심의 의미에 대해서는 "중대한 기념비적 사건이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문성호 상임대표는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전과 이후에도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에 대해 물었을 때, "일하지 않을 때는 인터뷰를 안 하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이어 이번 노동절에 이재명 대통령이 일터의 안전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말을 이번 청구 기각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유가족 대표이자 재난참사피해자연대 운영위원인 이후식 님(故이병학 학생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 이름으로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이후식 님은 "우리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며 "진실을 지우려는 소송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이어 "재판 결과는 앞으로 진행될 책임 규명과 형사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중요한 재판이라 더욱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후식 님은 또 다른 참사의 유가족으로서, 사회적 참사가 일어났을 때 증거와 기록을 지켜온 건 피해자 가족임을 절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본의 힘으로 국가 판단을 무력화할 수 있다면 소송 제기가 이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했습니다. 또 "처벌뿐만 아니라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안전 기준을 세워야 함을 재판부 역시 명심해야 한다"는 점을 되짚어 재판부의 온전한 피해자 진술권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발언의 마지막 순서는 미수습자 허재웅 님의 누나이자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부대표 허경주 님이었습니다. 허경주 님은 이번 선사의 재심 취소소송이 "원래 버스였던 운송수단을 트럭으로 개조해서 사고가 난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식적으로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판결을 뒤엎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허 씨는 선사 측이 대형 로펌을 앞세우는 것에 대해 "국가 공식 판단을 자본의 힘으로 지울 수 있다면 어떤 참사라도 자본으로 지우려고 할 것"이라며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임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전기독교협의회 김수동 목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습니다. 선언문에서는 지난 3월,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지적했던 '승인받지 않은 격창적재 운항, 폐수 배출관로 불법 설치, 중대 결함의 은폐와 수리 지연 등'의 동시다발적인 선사 구조 손상 책임을 짚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재판은 우리나라 사상 최초로 유족이 피고 측 보조참관인으로 참여한 사례입니다. 기존에는 피해 당사자가 방청인으로 갔다면, 이번에는 '법의 이름'으로 침몰참사의 진실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에 대한 다음 변론기일은 11월 5일으로 정해졌습니다. 이어지는 재판에서의 관건은 절차적·실체적 결함의 증명에 관한 것입니다.
사회적 재난 참사가 일어났을 때, 왜곡되어 퍼진 정보들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16재단에서는 참사 피해자의 재난 참사 경험과 회복 과정을 온전히 기록하는 <생명안전 피해자 백서 : 다시 쓰는 참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시민의 사회적 애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안전사회의 초석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제천 화재 참사,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에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가 네 번째 백서가 될 예정입니다. 내년 3월경에 발간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백서'는 책자뿐만 아니라, 416재단 홈페이지의 '재단 발행 자료-간행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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