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 생각한 순간, 서로 다른 아픔이 손을 잡아주는 세상을 담았습니다.
지난 9월 6일 일요일, 부산 덕천 메가박스에서 부산화명촛불 공동체 주관 다큐멘터리 영화 <주희에게> 상영회 및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주희 감독은 백혈병 판정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에서 비슷한 아픔을 만납니다. 그렇게 혼자가 아님을 느꼈습니다. 멈췄다고 생각했던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향해 가는 기록을 시작합니다. 완치 후 몸을 회복하던 즈음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며 카메라를 드는 성필을 만났고, 성필의 카메라를 통해 철규와 인숙을 만나게 됩니다.
성필은 세월호 선체를 기록하기 위해 목포로 향한 사람입니다. 곳곳을 맴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경빈 학생의 어머니, 인숙을 만납니다. 인숙은 참사 당시 구조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이유를 파헤치며 그 어느 곳에도 노란빛 동행을 함께합니다. 아이를 잃은 아픔에, 아직도냐는 물음에 마음이 수천 번은 찔렸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반복되지 않아야 할 또 다른 아픔을 위해 진실규명을 외칩니다.
카메라 속 또 다른 인물인 철규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입니다.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도전하고, 편견을 깨고,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번지점프에 도전하려 합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벽으로 작용하는 아주 작은 모서리를 다듬는 일을 요구한다고 해서 세상은 모진 말을 던집니다. 오히려 필요 이상의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한 세상을 특유의 밝음과 당당함으로 돌파하는 인물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일들이 당연하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렇게 만난 주희와 성필, 철규, 인숙이 함께 떠난 제주도도 영화에 담겨있습니다. 인숙에게 이번 여행은 참사 이후 떠나는 첫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성필과 그의 가족이 제주4.3사건 유가족임을 알게 됩니다. 이들의 끈끈한 위로의 연결고리가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연대 속에서 주희도 가정폭력의 생존자임을 드러내며 또 한 번의 용기를 냅니다. 세상의 모든 주희에게 이 영화가 편지처럼 부쳐지길 바랍니다. 엔딩크레딧을 함께 보는 약 마흔 분의 관객 분들에게도 그 편지가 각자의 마음에 잘 전달된 듯합니다.
2026년 9월 6일, 메가박스 덕천점에서 부산화명촛불이 주최하는 영화 <주희에게> 공동체 상영회와 감독과의 대화가 열렸다. 영화 상영 이후 김성환 감독과 경빈 어머니는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에 담긴 이야기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의 의미를 되짚었다.
영화 <주희에게>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자 등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김성환 감독은 유가족이 얼마나 아픈지를 보여주는 것보다 관객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남의 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 속 유가족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유가족들은 마음건강센터에서 동료지원 상담가로 활동하며 다른 참사의 피해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경빈 어머니는 참사 당시 누구도 자신들에게 이러한 아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기에 가족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참사의 피해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외에도 연극과 합창, 봉사활동, 재난참사 강의, 기록 요구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록이 부족하다며 남아 있는 기록을 확보하고 읽어가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관객들은 영화의 의미를 넘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한 관객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상당한 금액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경빈 어머니는 생명을 두고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유가족들이 요구해 온 것은 보상이 아니라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실이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단순히 놀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되는 것부터 억울했으며, 침몰 원인과 과적·고박 문제, 구조 과정 등 밝혀져야 할 의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세월호 이후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이태원 참사 등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것보다 배·보상의 문제가 먼저 이야기되고, 결국 유가족들이 직접 진실을 찾아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과정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학생은 세월호 침몰 당시 헬기와 배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정말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은 것인지 질문했다. 이에 유가족은 당시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보였지만 제대로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진행자는 당시 상황을 두고 "국가에서 구조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력으로 탈출한 사람만 있었다"는 표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관객들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 관객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는 것이 살아가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기록을 남기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유가족의 모습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2014년 4월 16일이라는 날짜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를 참사의 진상규명과 치유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철규 씨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또 다른 방식의 희망도 이야기됐다. 감독은 철규 씨가 번지점프에 성공했는지보다 계속해서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빈 어머니 역시 철규 씨가 혼자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넘어 장애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성공보다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빈 어머니는 세월호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세월』을 관객들에게 나누어주며, 세월호 진상규명이 끝나고 학생들과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까지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들은 가만히 있는다고 국가가 먼저 무엇인가를 해주지는 않았으며,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왔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위로가 필요한 곳에서 유가족과 함께 영화를 상영하며 기억하고 행동하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은 2014년 4월 16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묻고, 남겨진 기록을 확인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도 기억의 한 부분이다. 이날 상영회에서 감독과 유가족이 전한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세월호를 조금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게 했다. 누군가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는 것. <주희에게>가 관객들에게 건넨 것은 어쩌면 그러한 기억의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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