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이던 지난 11월 중순,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경영관 필로티가 유난히 활기를 띠었다. 성균관대 소동제(Festival)를 맞아 다양한 부스가 운영되는 가운데, 특히 많은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아 둔 공간이 있었다. 바로 장애인권대학생 청년네트워크 ‘장대넷’과 성균관대 장애인권법정책동아리 ‘EQUAL(이퀄)’이 함께 꾸린 ‘접근성·장애 인식개선 체험 부스’다.
기자로서 현장을 찾은 나는 단순한 전시나 홍보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직접 체험해보니,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일상을 몸으로 이해해보는 경험’이 주는 울림은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컸다.

■ 이퀄 × 장대넷, 어떤 부스였나
부스 한편에서는 이퀄과 장대넷이 어떤 단체인지 소개하고 있었다. 장대넷은 전국 대학 장애인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탄탄한 연대체를 구축한 단체로, 올해 4.16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지역 대학·도시 접근성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부스 체험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 자료들을 활용해 성균관대 캠퍼스와 주변 시설들의 접근성이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장애 당사자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체험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성균관대학교는 캠퍼스가 산 위에 위치해 경사도가 매우 가파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물론, 일반 학생들도 종종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만큼 이동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덕분에 “혼자서의 힘만으로 등교하기 어렵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몸소 느끼는 체험들이 가능했다. 청년기자 역시 체험을 통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길과 시설들이 누군가에게는 실제 장벽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 “불편을 직접 경험해보세요”
손모아장갑을 낀 채 젓가락질 미션… 그리고 깨달음
책상 위에는 스퀴시 장난감, 작은 구슬, 고무링 등 다양한 크기의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옆에는 ‘젓가락질 미션보드’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손모아장갑을 낀 상태에서 젓가락으로 물건을 크기별로 옮겨 담는 미션. 제한시간은 3분.
나는 가볍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장갑을 끼는 순간 손끝 감각이 거의 사라졌다. 작은 구슬은 집히지 않았고, 무거운 물체는 균형이 맞지 않아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주변에서 “이거 은근히 어렵다”, “진짜 손끝이 안 느껴져요” 같은 탄식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퀄 동아리 활동가는 말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도, 누군가에겐 이런 장갑처럼 작은 제한이 생기면 훨씬 어려워질 수 있어요. 직접 체험해보면 ‘이 정도도 힘들구나’ 하는 느낌이 확 와요.”

■ “시각장애인에게는 색 대비가 곧 정보입니다”
고대비 모드 체험… 화면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
접근성 기능 체험 테이블에서는 음성 자막 기능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고대비 모드(High Contrast Mode)’도 직접 시연해볼 수 있었다.
활동가는 태블릿의 설정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분들은 화면의 흐릿함, 낮은 대비 때문에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어요. 고대비 모드를 켜면 글자·아이콘·배경의 명암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정보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설명과 함께 화면을 ‘고대비 모드’로 전환하자, 밝은 배경은 더 환해지고 검은 글씨는 훨씬 더 진하게 강조되어 눈에 확 들어왔다. 기존 UI 디자인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정보 전달에 강한 효과를 주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평소 쓰는 화면은 사실 저시력 이용자에게는 너무 복잡하고 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명암 대비를 크게 하고, 아이콘 테두리를 강조해서 ‘형태’로 정보를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거예요.” 이 기능은 디지털 환경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순간이었다.


■ “기기 접근성 기능을 알고 있나요?”
태블릿으로 음성 자막 기능 시연… 새로운 세계가 열리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태블릿을 이용한 ‘접근성 기능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활동가는 음성 자막 변환 기능을 시연해보이며 설명했다.
“이 기능은 청각장애인 분들이 실시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음성을 문자로 전환해 보여줘요. 주변 소리를 감지해 자막으로 띄워주는 기능도 있고요.”
실제로 태블릿 화면에는 누군가 말하는 내용을 즉시 텍스트로 변환한 문장이 떠올랐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으로 시작하는 말을 화면이 빠르게 받아 적자,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이런 기능이 있다는 설명이 아니라 직접 보고 경험해보니, 접근성 기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다만 발음 그대로를 받아 적기 때문에 앞으로 AI를 활용한 오타 개정 발전이 기대가 된다.
■ 따뜻함이 느껴지는 부스
장애 인식 개선, 거창함보다 ‘일상’을 말하다.
부스 한쪽에는 장애인권 관련 정보를 담은 팜플렛과 인스타그램 QR코드가 놓여 있었고, 작은 선물과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활동가들의 태도였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함께 느껴보세요”, “이런 불편이 있다는 걸 알아주는 게 첫걸음이에요” 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건넸다.
어떤 활동가는 자신의 정체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저도 청각장애인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껴요.” 그 말 한마디가 부스 전체의 취지를 다시금 또렷하게 해주었다. 장애 인식 개선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이해하려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 직접 체험한 기자의 소감
장애인분들의 정보접근성 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해 인정받고 배려받는 환경이 아직 미비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특히 시각장애인분들의 경우 안내견과 함께 식당에 들어오는 것을 기피하거나 일반인들은 약국이나 병원, 카페에서 당연하듯이 전광판을 통해 정보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분들은 그 당연한 것이 배제된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불편하고 배려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장애인분들의 인식을 제고하게 되었다.
기자가 본 현장은 단순 체험이 아니라, 단 몇 분 만에 관점이 바뀌는 자리였다. 장대넷의 장애인인식 개선활동은 성균관대에만 하는 것이 아닌, 경희대 등 여러 대학, 축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 현장에서 느낀 기자의 한 줄 메모
“장애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환경의 문제일 수 있다.” 장대넷과 이퀄의 부스는 바로 그 메시지를 가장 우리들의 일상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소동제의 많은 부스 중에서도 이곳이 오래 기억에 남았던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