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선언문

 

우리는 2014년 4월 16일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지독한 슬픔과 아픔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온갖 멸시와 조롱을 견디어 온 유가족들과 생존자들, 그리고 수습에 나섰던 이들과 함께였던 지난 4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거짓과 폭력, 불의의 세력들과 치열한 싸움의 시간을 우리는 함께 견디어 왔습니다. 우리는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실천해왔습니다. 그 실천의 과정에서 촛불 시민혁명을 촉발 시켰으며, 마침내 국민의 힘으로 권력을 바꾸어내며 민주주의를 되살려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통스럽게 대면해야 했던 시민들은 고통 당하는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여 왔습니다. 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은 어느 것 하나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우리 사회에는 재난 참사가 잇따르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와 다를 바 없이 참사 현장에서 구조 받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강요된 죽음의 구조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넘어야 할 수많은 산과 강을 앞에 두고 있는 여전히 위험한 사회입니다.

우리의 약속은 지속적인 실천과 행동이 이어질 때에 지켜질 수 있습니다. 생명보다 돈이 우선되는 가치관을 바꾸는 일, 안전보다 효율이 우선되는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일, 아이들의 꿈이 치열한 생존 경쟁 앞에서 포기되지 않도록 소중히 가꾸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야 합니다. 304개의 우주가 사라진 세상에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도록 하겠다는 그 다짐을 이루기 전에는 4·16 그날의 약속을 이루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사회화와 역사화를 이루는 멀고도 먼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을 통해 생명의 가치가 널리 퍼져가고, 안전 문화가 단단하게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들과 피해 지역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활동하는 4·16운동이 보다 강하고 보다 넓게 확장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4·16재단이 천명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는 4·16재단이 되겠습니다.

생명이 존중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확보되어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그날을 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 당사자들과 재단이 천명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의하는 모든 이들의 의지를 모아 세월호 참사 1,488일째인 오늘 4·16재단의 창립을 엄숙하면서도 기쁘게 선언합니다.

 

2018년 5월 12일

생명·안전·약속 4·16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