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2025년 한 해 동안 4·16재단의 <시민안전정책 제안활동 지원사업>에 참여한 전국 9개의 시민사회 단체가 서울역 인근에 모였습니다. 4개의 단체는 <아이디어> 사업에, 4개의 단체는 <정책개선> 사업에, 그리고 1개 단체는 재난공동체회복 사업에 참여했는데요. 모두 각기 다른 분야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 힘써주고 계셨습니다.
<아이디어> 사업 부문 발표의 첫 순서인 <서대문은평시민연대>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재난관리기금을 하나씩 분석하는 단체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나라살림연구소에서 기자 브리핑을 진행할 정도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계셨는데요. 특히 기본 사업만 하는 자치구와 기금 용도가 다양한 자치구의 재난기금 조성액 차를 비교하고, 예산 집행률이 낮은 자치구의 보조금 규모 확대를 제안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은 이태원에서 핼러윈 애도 의례를 진행했습니다. 이태원참사 1주기 의례 때는 10명 남짓하게 모였는데 2주기에는 50명이, 3주기에는 무려 300명 가까이 모였다고 합니다. 4·16재단 담당자님은 "축제에서 애도와 안전 두 가치가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는데, 호박랜턴이 훌륭하게 해냈다"고 부연하셨습니다.
10·29이태원참사는 참사 당사자 스스로가 피해자인지, 생존자인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피해자의 정확한 규모 산정이 어려웠는데요. 이번 사업에서 피해자 314명의 사례를 모아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행정안전부의 '피해자 인정 신청'개선안을 이끌어낼 정도로 의미가 컸습니다.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는 장애대학생을 위한 152쪽 분량의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청년 주체가 대학가 상권에서 휠체어 통행 장애물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 점자블록, 교차로 음성신호기, 볼라드 규격 등의 정보 접근 문제를 지적하며 지자체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근거 자료를 구축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부산청년유니온>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에 주목했습니다. '프리랜서바다위로' 프로젝트로 프리랜서의 산업안전과 근로조건 문제를 나눌 커뮤니티가 생겼는데요. 참여자의 이야기를 모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프리랜서의 처우 개선을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부산청년유니온 신수한 위원장님은 안전이 "참여할 수 있어야 안전"이라고 답했습니다. 무엇이 불안전한지 목소리내고, 안전의 공동체가 '모두의 모임'이 될 때 궁극적인 안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의 '재난사회에서 안전사회로' 프로젝트는 재난NGO와 지역공동체의 재난 대응 경험을 공유하는 워크숍과 포럼을 열고, 재난 사례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재난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므로, 각자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서 안전사회를 논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재난 상황에서는 이웃과 가족에 의해 구출되는 경우가 많기에, 지역공동체가 어떻게 재난을 대비해야 할지를 깊게 고민한 흔적이 발표에서 느껴졌습니다.
발표 이후에도 참여자들은 포스트잇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소감을 공유하는 자리에서는 "4·16세월호참사 이후 안전을 위한 많은 사업의 진전이 있었다"는 성찰과, "오늘 오길 정말 잘했다", "여러분의 사업에 함께하고 싶다"는 진심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담쟁이>라는 시를 좋아하는데요. 오늘 결과보고회를 보며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앞으로도 시민 주체가 담쟁이처럼,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우직하게 안전사회를 위해 나아가길 바라봅니다.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 도종환, <담쟁이> 중
실제 사례 발표에서는 김포시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모임 ‘느린손길’의 활동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들은 <특수교육대상자 생존수영, 그 권리를 찾아서>라는 사업을 통해, 지침은 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장애 학생 생존수영 교육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직접 모니터링과 서명운동에 나서며 교육청과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낸 과정은 ‘침묵하지 않는 당사자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성과공유회 취재를 통해 저는 ‘시민 안전’이 단순히 정부나 지자체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발표에 나선 9개 단체의 활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겪은 고통과 불편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 어떤 정책 제안보다 강력했습니다.
특히 김포시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모임 ‘느린손길‘의 발표는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생존수영 수업에서 영문도 모른 채 물에 들어가라면 들어가고 나오라면 나오고.. 이게 무슨 의미없는 교육인가”라는 학부모의 고백은 우리 사회의 안전 교육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침묵을 깨고 직접 교육청과 학교를 찾아가 변화를 요구했고, 끝내 실질적인 생존수영 교육을 위한 방안을 찾아냈습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팀의 활동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참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군중 밀집 상황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애도 문화를 조성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참사를 기억하고 극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정책의 설계자이자 감시자로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핵심 주체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들의 위대한 첫걸음을 목격하며 저 또한 기자로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 참여형 안전 정책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지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안전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 4·16재단 후원으로 시작하세요.
국민 226401-04-346585
(예금주: 재단법인 416재단)
#25404160
(한 건당 3,000원)
060-700-0416
(한 통화 4,1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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