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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약속, 책임’으로 다시 모인 열두 번째의 봄 |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식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지나 어느새 열두 번째의 봄이 찾아왔다. 오늘은 세월호참사 12주기이다. 다시 찾아온 4월 16일, 우리는 그날을 기억하고 더 나은 세상을 약속하며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오후 3시가 되며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식이 시작됐다. 기억식은 사회를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의 개식선언을 시작으로 304명 희생자에 대한 묵념, 추도사 기억의 말씀, 기억영상<다시 봄, 못다 한 약속을 지킬 시간>, 가수 브로콜리너마저의 기억공연, 단원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 김하늘 님의 기억편지,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의 기억합창, 폐식 및 사이렌 소리에 맞춘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올해 기억식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지난 11년간 기억식 맨 앞줄에 비어 있던 한 자리,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가 처음으로 채워진 것이다. 국가의 부재 속에서 억울하게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는 기억식에 국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참석하기까지 무려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토록 당연해 보이는 일이 현실이 되기까지 왜 이리도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유가족들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기억식의 첫 순서는 12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기억식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의 추도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매년 이맘때만 되면 말로 다 담아내기 어려운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며 “12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어제 일처럼 선명히 각인되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랑하는 이를 잃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그 절절한 기록을 하나하나 남기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며 유가족을 향한 위로를 전했다.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우리 모두가 똑똑히 목격했다”며 “그날 과오와 그 무거운 교훈을 한시도 잊지 않으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과 안전에 관해서는 단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반드시 지켜내는 나라, 국가를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나라 반드시 만들어놓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리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여전히 아프고 힘든 일임을 잘 알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고 기리고 다짐하는 한 304명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그들이 미처 이루지 못한 304개의 꿈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다음으로는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이어갔다.

 

박 이사장은 “우리는 지난 12년 동안 진실을 향해 그리고 안전한 세상을 향해 달려왔다. 세월호참사 가족들이 시작한 진실의 행진은 이제 우리 모두의 행진이 되었고 큰 물결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온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있다”며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일부 정권에서는 국가의 책임을 회피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은폐하거나 혐오를 조장•방조했음을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 상처 입은 치유자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우리 모두를 하나로 연결해 생명안전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견인차가 되었다”며 “정말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참사 당일 대통령 기록물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국가 기록물이 온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침몰 원인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종결된 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한 사참위의 권고 역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박 이사장은 “빛의 혁명을 통해 세워진 국민 주권 정부는 생명 안전을 국정과제로 천명하였다”고 말하며 “참사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를 대표해 대통령이 기억식에 참석한 것은 모두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된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제부터 그 다짐과 약속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세 가지를 당부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과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와 폭언을 근절할 대책 마련, 4.16생명안전공원(가칭)의 조속한 완공을 촉구했다. 특히 4.16생명안전공원(가칭)은 전국에 흩어져있는 단원고 희생자들이 돌아와 안식할 곳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2014년 4월 16일 하늘의 별이 되신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과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하늘의 위로와 평화가 임하시길 간절히 기원한다”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단원고 2학년 1반 고(故) 김수진 양의 아버지인 김종기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김 운영위원장은 “매년 우리 곁에 찾아오는 봄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게 해주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희망의 봄이지만, 우리 세월호 가족들에게는 12년 전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아이들 생각에 아프고 가혹한 계절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참사로 억울하게 죽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당당하고 충실하게 해내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가슴 아픈 심정을 전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학사일정으로 수행 여행을 떠났던 250명의 아이들 및 11명의 선생님과 일반인분들을 포함한 304명이 국가의 부재로 단 한 명도 구조받지 못한 채 희생됐음에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휘 책임자들은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죄부 판결을 받아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으며, 국가는 참사 이후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참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사찰, 반대 단체 사주를 통한 공격 등 국가 폭력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결국 세월호참사 이후에도 다양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됐으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참사 발생 당시 구조 실패의 이유와 침몰 원인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운영위원장은 정부 기관의 최고 지휘 책임자인 대통령이 관련 자료 공개를 명확하게 지시할 것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정권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국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식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특히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뿐만 아니라 피해 지역 경기도를 책임지는 교육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의를 대변한다는 정치인들은 304명 국민의 희생을 정치적인 유불리로 이용하였다”며 “참사 피해 지역의 자치단체장은 모두가 ‘사회적 참사’라고 하는데도 자신이 속한 진영 논리의 입장에 서서 그냥 ‘사고’라고 칭하며 폄하하는 등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남은 과제로 진상규명의 완성과 책임자 처벌, 전국에 있는 세월호 기억 공간이 생명과 안전의 중요함을 성찰하고 기억하며 행동하는 시민의 소통 공간으로 잘 유지되는 것, 전국에 흩어져 있는 희생자들을 4.16생명안전공원(가칭)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그리고 지난 12년간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고 버텨올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준 시민들과 함께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등을 꼽았다.

 

김 운영위원장은 국민주권정부를 향해 “세월호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에서 피해자와 시민이 나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기 전에 국가가 먼저 피해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며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강조했다. 또한 원치 않은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부상자를 치료하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고통을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을 향한 당부도 이어졌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을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12년이 된 지금까지도 거리에서 외쳐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가 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다”며 “그동안 '잊지 않겠다'고 함께해 준 마음으로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식에 함께해 주신 이재명 대통령 내외분을 비롯한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그동안의 기억식에서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 학생이 직접 단상으로 나와 추도사를 읽었다면

올해 12주기에는 단원고 선배님들과 같은 소띠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김하늘 양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띠동갑이자 같은 소띠로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더 깊은 인연처럼 느껴집니다.”

“기억하는 일은 때로는 아프지만 동시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해야하고 누군가는 계속 불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하늘 양의 이야기처럼 후배들도 선배들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후배로서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노란리본의 뒷면에는 우리의 요구가 적혀져 있다.

세월호 참사 및 국가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사과,

정부 기록물 공개 및 추가 진상 규명,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단순히 세월호만을 위한 요구사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 및 4·16재단의 요구는 지극히 우리들을 위한 것이다.

안전사고는 그 누구에게도 일어난다.

아주 당연한 피해자의 권리를 하루빨리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뼈아픈 교훈이다.

이를 기억하는 것은 죽어간 이들에 대한 예우이자 살아남은 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우리 공동체는 슬픔을 넘어 서로의 안전을 보살피는 연대의 정신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가 남긴 가장 큰 숙제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안산 전역에 울려퍼지는 사이렌 소리

짙은 침묵이 흐르고 사이렌이 길게 울려퍼진다.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다.

4·16합창단+12주기시민합창단의 위로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4·16합창단은 더 이상 사회적 아픔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노래한다.

생명의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노래한다.

기억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합창단은 그 밖에도 ‘너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그날처럼 오늘도’등

창작곡을 만들어 꾸준히 노래하고 있다.

노래 중에는 합창단과 시민 모두가 노란리본을 함께 들어올려

기억과 안전한 사회를 소망하는 약속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일반인의 가사를 덧붙혀 노래로 만들었다.

안산 세월호 기억식에 참여해주신, 또 목포, 팽목항,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기억해주시는 유가족분과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세월호참사 12주기를 맞은 4월 16일, 안산은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검은 옷차림에 노란 리본을 단 추모객들의 발걸음은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열린 화랑유원지 주차장으로 모여들었다.

화랑유원지 인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 앞에는 추모객들을 맞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대통령 참석으로 인해 사전 접수를 신청 해야 화랑유원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작년까지 자유롭게 기억식 추모 참석이 가능했던 만큼 올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의 경우 먼 길을 왔지만 본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이곳에서 추모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방문한 추모객 한 명 한 명에게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노란 종이 모자와 물, 간식 등을 나누어주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추모객들은 스크린 앞에 앉아 양산을 쓰고 행사를 지켜보았다.

먼저 304명의 희생자를 위한 묵념이 시작됐고, 100여 명의 추모객들은 침묵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희생자들을 향한 진심으로 가득 찬 긴 순간이었다.

스크린에 기억 영상이 나오자 몇몇 추모객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훌쩍였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은 그 슬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이들은 '잔인한 사월'과 '졸업'을 연주하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의 지금은
깊어만 가는 잔인한 계절
봄이 오면 꽃들이 피어나듯
가슴 설레기엔 나이를 먹은 아이들에겐 갈 곳이 없어
봄빛은 푸른데"

– 브로콜리 너마저 <잔인한 사월> 중

 

 

이어진 기억편지 낭독에서는 단원고 2학년 김하늘 학생이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와 다짐을 전했다.

오후 4시 16분,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묵념을 끝으로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식은 막을 내렸다. 추모객들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품은 채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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