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토) 오후 2시,
경기도미술관 라운지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4월 낭독극이 진행되었다.
이번 공연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호수에 떨어진 종소리는 파도를 일으킨다」,
「내(川) 봄(春)」
세 작품으로 구성되었으며,
개인의 감정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사회적 기억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4월 낭독극은 4·16재단이 주최한
'4월 연극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안산 일대에서 4월 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4월 연극제는
'주제·세대·공간의 확장'을 핵심 방향으로 삼아,
생명과 안전, 기억과 연대의 문제를
다양한 공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4월 낭독극'은
대학생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섹션으로,
청년의 시선에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비극과 기억의 문제를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낭독극 형식을 통해 관객은 보다 직접적으로 언어와 서사에 집중하며,
각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은 비가 내리는 날,
한 집 안에 머무는 인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는 과거의 관계를 놓지 못한 채 기억 속에 머물러 있고,
'너구리'는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그 공간을 벗어나려 한다.
두 인물은 서로를 붙잡고 밀어내는 대화를 반복하며
감정의 균열을 드러낸다.
집 안에는 빈 어항과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이 존재하며,
비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형성한다.
결국 '나'는 욕조에 물을 채워
과거와 현재를 모두 붙잡으려 하지만,
'너구리'는 집을 떠난다.
작품은 상실 이후의 애도와 기억에 머무는 삶,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두 번째 작품은 호수에서 발견된
'사람 형상의 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각가 원강과 연극을 하는 수진은
이 돌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수진은 이를 댐 건설 과정에서 희생된 존재로 해석하며
위령의 의미를 담은 작업을 시도하려 하고,
원강은 타인의 죽음에 의미를 덧씌우는 행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두 인물은 돌의 소유와 활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으며,
예술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결국 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사라지고,
두 사람은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남겨진다.
작품은 기억과 재현, 그리고 책임의 문제를 남긴다.
세 번째 작품은 한 인물이
조깅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화자를 따라다니며 점점 강해진다.
이야기는 점차 마을 개발과 인구 증가, 댐 건설과 재난으로 확장된다.
폭우 속에서 댐이 위기에 처하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만,
이후 책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잊히고,
공간은 관광지로 재구성된다.
작품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발생한 희생과
그 기억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기억은 어떻게 남는가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모두 '기억'과 '애도'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감정에서 시작된 서사는
타인의 죽음과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며,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고 있는가.
4월 낭독극 소감
처음으로 낭독극이라는 형식의 공연을 접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연극이나 뮤지컬과 달리
'소리'와 '언어'에 집중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 경기도미술관 라운지처럼
트여 있는 공간에서 진행되다 보니,
공연 외부의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이러한 환경은
공연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낭독극이라는 형식의 특징을 더 분명하게 체감하게 했다.
소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대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는
더욱 집중해서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눈으로 보는 장면이 제한적인 만큼,
관객이 스스로 장면을 상상하며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연과는 확실히 다른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이 방식이 주는 몰입감도 느낄 수 있었다.
세 작품 중에서는 「내(川) 봄(春)」이 특히 어렵게 느껴졌다.
역사적 맥락과 상징이 많이 포함된 작품이었는데,
관련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니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공연을 보면서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정이나 문제의식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이번 낭독극은 익숙하지 않은 형식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인상적으로 남았다.
장면보다 언어와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고,
관객 스스로 의미를 해석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공연과는 다른 방식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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