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혼자 살 수 없으니까, 같이 살자고요” <주희에게> 기억상영회

2026년 4월 15일, 다큐멘터리 영화 <주희에게> 개봉일입니다. 개봉 첫날 안산 CGV 극장에서 1부 영화 상영과 함께 2부 관객과의 대화, GV 시간을 가졌습니다.

12년 전 오늘, 아이들은 배를 타고 있었겠죠. 4월이면 어김없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떠오릅니다. 어느덧 12년이 되었습니다. 4월 16일은 마음을 무겁게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이날 많은 시민분들이 영화관에 모였습니다.

영화관 매표소 옆 별도 부스에서 <주희에게> 예매권을 배부하고 있었습니다. <주희에게>의 제작사 미디어나무는 전국 대안공간과 지역 커뮤니티와 독립공간을 중심으로 ‘전국 100개 극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예매 후 현장에서 좌석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5종의 엽서와 세월호 노란 리본이 그려진 뱃지, 키링 등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영화티켓을 받고 상영관으로 향했습니다. <주희에게>의 러닝타임은 104분으로 이날 영화는 19시 30분에 시작하여, 21시 24분에 종료된 이후 약 30분 관객과의 대화(GV)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주희에게>는 2025년에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 초청작으로, 해당 부문에서 첫 공개되었습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제30회 인천인권영화제 상역작으로 초정되었습니다.

 

영화 <주희에게>는 2017년도부터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입니다. 장주희 감독님과 부성필 감독님, 그리고 김성환 감독님의 공동 연출 작품입니다. 세상의 속도대로 갈 수 없는 철규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로 현재를 사는 인숙, 그리고 그 두 사람으로 인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살아가게 된 성필. 이렇게 세 사람의 삶은 암을 경험했던 이십대의 주희에게,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자에서 현재는 활동가가 된 주희에게, 영화가 늘 실패의 경험이었던 주희라는 인물에게 삶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의존해야 할 부양자로부터 겪은 폭력과 신체적 고통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자신이 삶을 타인의 것처럼 방관했던 주희는 결국 이 영화의 연출로써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주체로 세 사람들과 연결되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게 됩니다. 주희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 앞에 다가올 일들로부터 피하거나 도망치는 것뿐이었습니다. 가정폭력과 백혈병, 주희의 삶에 다가온 문제들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이었죠. 그러나 주희의 삶의 동기는 자신의 삶에서 풀지 못했던 의문스러운 불행에 대한 질문처럼, 사람들이 좀처럼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들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와상장애인 철규는 탈시설과 제주도 여행을 했습니다. 이제는 마지막 버킷리스트, 번지점프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성필은 첫 장편 영화 <철규> 이후 두 번째 영화인 와상장애인 철규의 번지점프 도전을 영화로 기획합니다. 그리고 인숙이 맞이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책임자를 처벌할 공소시효는 모두 끝났지만 인숙에게는 아직 2019년에 밝혀진 아들 경빈의 구조 지연 문제가 남아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세월호는 다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희는 이 세 사람을 만나면서 고립되었던 삶에 다시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불가능한 몸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꼭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불변의 마음에 대해서 말이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장주희 감독, 부성필 감독, 김성환 감독과 전인숙 씨(2학년 4반 경빈 어머니), 신철규 씨가 자리했다. 객석에서 영화 제목이 왜 '인숙에게'나 '철규에게'가 아닌 '주희에게'냐는 질문이 나왔다. 인숙 씨는 "아무래도 나는 경빈이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목의 '주희'가 세상 모든 피해자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인숙 씨는 관객들을 향해 "여러분도 주희일 수 있다"며 남 눈치 보느라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못 했던 이들이 영화를 보고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노란 옷을 입고 마이크를 쥔 한 관객은 "안산에 사는 세 아이 엄마"라 소개했다. 그는 참사 직후 아이들이 수학여행 이야기를 꺼낼 때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 영화를 꼭 보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요즘 아이들도 살기 너무 힘든데. 연대라는 거, 혼자가 아니라는 거, 다 같이 이겨낼 수 있다는 거.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고 말하는 영화라 좋았어요."

 

그의 아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먼 이야기가 아닌 제 동네 일이었다. 왜 도시가 슬픔에 잠겼는지, 수학여행이 취소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걸 궁금해하다 끝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기까지 그들은 무엇을 보고 들었을까. 차곡차곡 쌓아 올린 믿음에 금이 가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참사 이후 잃은 것들을 떠올려 본다. 304개의 생명, 살아내지 못한 미래, 국가에 대한 신뢰….

 

그러나 유가족들이 그랬듯,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발 디딘 곳에 뿌리를 내리고 저만의 방식으로 생을 이어가는 이들을 조명한다. 휠체어 없이 이동이 힘든 철규 씨의 꿈은 번지점프를 하는 것이다. 철규 씨를 돕고자 동료들이 모였다. 업체 명단을 정리하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묻는다. 버킷리스트 하나 이루기가 이다지도 어렵다. 환대보다 거절이, 쩔쩔매며 부탁하는 게 익숙해질 때쯤 가능하다는 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희망은 잠깐이었다. 각종 준비를 끝낸 뒤 업체를 다시 찾자 "번지점프는 본인이 뛰어야 한다"며 거절당했다. 철규 씨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라"며 촬영 중 처음으로 화를 낸다. 철규 씨에게 번지점프는 단순한 여가나 오락이 아니다. 어느 밤 철규 씨는 말한다. 해외여행도, 번지점프도 자신의 '진짜 목적'이 아니라며. 그는 자신이 번지점프에 성공해 유명해지면 "어머니에게 떳떳한 아들이 되는 것"이 수월해지리라 생각한다. "이번 영화가 잘되면 엄마를 찾아볼까, 생각해." 업체 직원과 한바탕하고 돌아오는 길, 철규 씨는 말했다. "나라고 맨날 기분 좋을 수는 없잖아. 맨날 인정하고 살 수도 없고."

©네이버 영화

그렇다. 어떤 일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인숙 씨의 경우 특히 그랬다. 아들 경빈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7시간 만에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문제는 경빈을 이송한다던 헬기가 오지 않았다. 헬기를 기다리는 동안 경빈은 배에서 배로, 옮겨졌다. 구조 시점으로부터 4시간 41분 후 응급실에 도착했다. 헬기로 3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왜 긴 시간 이송이 지연됐는지 알 수 없었다. 인숙 씨는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진실을 알기 위한 인숙 씨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인숙 씨에게 여행을 함께 가자고 권한 건 철규 씨였다. 객석에서 인숙 씨 가족과 철규 씨가 함께한 제주 여행은 어땠냐는 질문이 나왔다. 인숙 씨는 "처음에는 조심스레 철규 씨를 대했는데 계속 만나니 어느새 경빈 아빠와 둘이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됐다"며, "피만 나누지 않았지 가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숙 씨 가족과 철규 씨는 서로의 생일을 챙기는 사이가 됐다. 이에 철규 씨도 "나를 어렵게 대하지 않고 진실하게 다가와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네이버 영화

마지막 질문은 "어떻게 고통의 시간을 연대와 연결로 승화할 수 있었냐'는 거였다. 인숙 씨는 담담히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저만 아픈 줄 알았거든요. 밥도 못 먹고 일도 못 했는데. 광화문에서 시위하고 청와대에 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연대를 느꼈어요. 옆에서 '세월호가 내 문제'라고 싸워주신 덕에 목소리를 낼 수 있었어요. 함께한 분들이 있어서 지금도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네이버 영화

혼자가 아니라는 것.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긴 시간 이어진 연대의 손길은, 연결의 몸짓은 서서히 인숙 씨를 일으켜 세웠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철규 씨는 말했다. "영화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거니까 같이 살자고요!"

*김보라, 《벌새》, 2019.

 

주희의 삶은 돌이킬 수 없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돌이킬 수도, 돌아갈 수도 없던 그 삶은 주희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자신과 비슷하고도 다른 아픔을 지닌 이들이 기어코 서로를 알아본 곳으로. 망설임 없이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고 등을 토닥이는 이들 곁으로. 연대라는 게 무슨 뜻인지 생생히 안다며, 그래서 네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겠다는 겹겹의 목소리에 둘러싸여. 돌아가지 못한 주희가 모두의 손에 등 떠밀려 찬찬히, 자꾸만 어디론가 나아간다.

 

©네이버 영화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

안전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 4·16재단 후원으로 시작하세요.

후원 계좌

국민 226401-04-346585
(예금주: 재단법인 416재단)

후원 문자

#25404160
(한 건당 3,000원)

후원 ARS

060-700-0416
(한 통화 4,160원)

후원 계좌

국민 226401-04-346585
(재단법인 416재단)

후원 문자

#25404160
(한 건당 3,000원)

후원 ARS

060-700-0416
(한 통화 4,160원)

최신 콘텐츠

♥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