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4월 16일, 그날의 약속을 기억하며 시민에게 드리는 글

작성자
4・16재단
작성일
2024-01-10 17:56
조회
1280
2024년 새해를 맞으며, 이 땅의 모든 사람들과 뭇 생명들이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삶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올해 4월 16일, 우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0주기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그날을 기억합니다. 10년 전 그날 우리는 구할 수 있었던 목숨 304명이 희생되는 광경을 우리는 함께 보았고, 애통해하는 피해 가족들의 애통한 절규와 탄식을 함께 들었습니다. 생존자는 있었지만 구조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국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참사는 4월 16일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되었습니다. 구조가 절실한 순간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국가는 수색과 수습도 방기했습니다. 팽목으로 달려온 절박한 피해 가족들 앞에 국가는 진실을 숨기고 피해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참사의 목격자들이고 증인입니다.

우리는 4월 16일의 약속을 기억합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일상이 되어버린 재난과 재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지켜지지 못하는 목숨들, 희생되고 잊히는 사람들은 특별히 운이 없는 이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과 분노 속에서 우리는 ‘참사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재난의 폐허 위에서, 국가의 침몰 앞에서, 우리 스스로 빼앗긴 권리의 옹호자가 되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더 안전한 사회, 책임을 다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망각, 외면, 책임 전가, 은폐에 맞서기로 다짐했습니다. ‘잊지 않을게’, ‘가만히 있지 않을게’, ‘끝까지 함께 할게’ 약속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우리는 4월 16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해왔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향한 새로운 길을 열어왔습니다. 참사 직후 전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까지 거대한 추모의 행렬이 만들어지고, 노란리본의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수많은 기억과 다짐의 연결망이 만들어졌습니다. 진실을 온전히 밝히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은 전에 없는 규모의 국민서명운동의 원동력이 되었고 역사상 최초의 재난참사독립조사기구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출범으로 이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일깨웠습니다.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침해된 권리가 재조명되고, 매일매일의 삶의 현장에서 직면하는 시민재난과 산업재해의 예방과 대책에 관해 시민과 노동자들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는 존중받으면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와 국가의 책무에 대해 새롭게 자각했습니다. 시장과 권력은 바뀌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은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지속적인 만남, 소통, 연대를 통해 다져왔기에 힘이 셉니다.

지난 10년간 4월 16일의 약속을 함께 실천해오신 시민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깊은 절망을 헤치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왔습니다. 함께 맞잡아왔던 손이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을 지우고 우리의 연대를 흔들어, 과거로 되돌리려는 퇴행과 역주행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그날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 4월 16일의 약속을 가슴에 간직해온 모든 시민들께 호소드립니다.

다시 전국에서 노란리본의 물결을 만들어주십시오. 노란리본은 4월 16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하여 다시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그 마음과 의지를 다시 모아 보여주십시오. 정부의 비협조 속에 지체되고 있는 4.16생명안전공원의 조속한 건립을 함께 촉구해주십시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지우고 왜곡하여 그 이후의 변화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맞서 주십시오. 세월호 지우기는 이태원참사 지우기, 오송참사 지우기, 나아가 우리가 직면할 모든 위험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신호탄입니다. 진실과 책임,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향한 재난참사 피해자와 시민의 연대를 ‘재난의 정치화’로 낙인찍고, 혐오정치의 사냥감으로 내던지는 것에 함께 싸워주십시오. 특히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함께 겪어야 했던 4.16세대들에게 호소합니다. 분노하고 연대하고 행동해주십시오.

둘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수될 수 있도록 함께 촉구하고 행동해주십시오. 비록 특별조사기구를 통한 조사는 종료되었지만, 진상규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구조방기와 국가폭력의 윤곽이 드러났을 뿐 전모가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침몰원인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책임 있는 이들이 제대로 합당한 처벌을 받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구조를 방기했던 해경지휘부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와 그 후의 국가폭력에 대해 국가의 공식인정, 대통령의 사과, 미공개 정보 공개와 추가조사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인정도, 사과도, 추가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런 책임회피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책임자에 대한 불처벌에 항의하고 온전한 진실을 요구하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부에 정보공개와 추가조사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결코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시민의 힘으로 진실을 찾아 나아갈 것입니다. 온전한 진실, 완전한 책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셋째,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침해된 권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연대해 주십시오. 4월 16일의 약속은 세월호 참사에 국한된 다짐이 아니라, 재난참사로 고통당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그 고통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 권리를 옹호하는 최일선에 서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피해자들,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 세월호 참사 이후의 피해자들, 시민재해에서 산업재해에 이르는 모든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 주시고, 그 권리를 지키고 확장하는 일에 함께 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끝까지 함께 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기술문명이 발전함에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훼손한 자연환경과 기후 위기로 인해 재난의 규모는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안전할 권리와 국가의 책무를 제도화하여, 이윤이나 정치적 득실을 위해 부과된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지휘책임까지 물어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결코 후순위로 미룰 일이 아닙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함께 해주십시오.

시민여러분,
10년 전 팽목항에서 슬픔과 절망으로 무너져내리는 몸과 마음을 안고 피해 가족들이 시작한 이래 시민들이 손잡고 함께 나섰던 그 발걸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4월 16일의 약속을 잊을 수 없기에 우리는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위한 행진을 계속이어갈 것입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4.16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가 시민여러분의 참여를 호소드립니다.

2024. 1. 10.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전체 1

  • 2024-01-26 22:26

    아무도 찾지않는 잊혀져가는 침몰현장을 다시 상기시켜주세요.


전체 208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안내> 세월호참사 10주기 도서들을 소개합니다.
4・16재단 | 2024.04.05 | 추천 0 | 조회 728
4・16재단 2024.04.05 0 728
공지사항
[생명안전플랫폼] 청소년 안전리더 과정 OPEN!!! 오픈이벤트 안내
4・16재단 | 2024.04.01 | 추천 0 | 조회 488
4・16재단 2024.04.01 0 488
공지사항
[생명안전플랫폼] 생명안전교육 온라인플랫폼 OPEN 안내
4・16재단 | 2024.04.01 | 추천 0 | 조회 463
4・16재단 2024.04.01 0 463
공지사항
[4.16꿈숲학교] 처음가는 4.16 기억 순례길 참가자 모집
4・16재단 | 2024.03.26 | 추천 0 | 조회 653
4・16재단 2024.03.26 0 653
공지사항
2024년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시 <회억정원(回憶庭園)>
4・16재단 | 2024.03.15 | 추천 0 | 조회 1251
4・16재단 2024.03.15 0 1251
공지사항
4.16 보도사진전 <기억은 힘이 세지>
4・16재단 | 2024.03.15 | 추천 0 | 조회 1054
4・16재단 2024.03.15 0 1054
공지사항
[세월호참사 10주기] 4월 연극제 '언제나 봄+3650' 안내
4・16재단 | 2024.03.08 | 추천 0 | 조회 1283
4・16재단 2024.03.08 0 1283
공지사항
'세월호참사 10주기 시민위원'이 되어주세요!
4・16재단 | 2023.11.23 | 추천 0 | 조회 4182
4・16재단 2023.11.23 0 4182
공지사항
세월호참사 10주기 로고(심볼 및 슬로건) (1)
4・16재단 | 2023.09.25 | 추천 0 | 조회 3102
4・16재단 2023.09.25 0 3102
199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중계방송 (MBC, 2023.04.16)
4・16재단 | 2024.04.25 | 추천 0 | 조회 35
4・16재단 2024.04.25 0 35
198
[모집] 24년 4.16꿈숲학교 '나무야 놀자' 목공체험교실
4・16재단 | 2024.04.23 | 추천 0 | 조회 106
4・16재단 2024.04.23 0 106
197
세월호참사 10주기 노란 리본 물결 캠페인에 함께해주세요!!
4・16재단 | 2024.04.09 | 추천 0 | 조회 1224
4・16재단 2024.04.09 0 1224
196
[세월호참사 10주기] 천주교 각 교구별 추모미사 안내
4・16재단 | 2024.04.09 | 추천 0 | 조회 449
4・16재단 2024.04.09 0 449
195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의 책 출간 기념 북토크> 기억의 그 다음 "세월호참사 10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닿으려는 곳"
4・16재단 | 2024.04.03 | 추천 0 | 조회 1029
4・16재단 2024.04.03 0 1029
194
[4.16꿈숲학교 청소년특강<안녕, 봄>] 1강_영화<너와 나>공동체 상영 및 세월호 가족과의 대화
4・16재단 | 2024.03.26 | 추천 0 | 조회 587
4・16재단 2024.03.26 0 587
193
[공고] 이사 선거 결과 공고
4・16재단 | 2024.03.25 | 추천 0 | 조회 484
4・16재단 2024.03.25 0 484
192
[결과발표] 2024 전국의 청소년에게 노란 리본 배지를 나눕니다.
4・16재단 | 2024.03.22 | 추천 0 | 조회 1333
4・16재단 2024.03.22 0 1333
191
[세월호참사 10주기] 일반인 희생자 10주기 추모식 안내
4・16재단 | 2024.03.22 | 추천 0 | 조회 983
4・16재단 2024.03.22 0 983
190
2024년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개최 안내
4・16재단 | 2024.03.15 | 추천 0 | 조회 2745
4・16재단 2024.03.15 0 2745
189
[세월호참사 10주기] 참사해역 선상추모식 안내
4・16재단 | 2024.03.15 | 추천 0 | 조회 876
4・16재단 2024.03.15 0 876
188
[모집 결과] 4·16재단 청년 기자단 4기 합격자 발표
4・16재단 | 2024.03.15 | 추천 0 | 조회 468
4・16재단 2024.03.15 0 468
187
4·16재단 이사 선거 후보자 확정 공고
4・16재단 | 2024.03.14 | 추천 0 | 조회 499
4・16재단 2024.03.14 0 499
186
[조기마감] 전국의 청소년에게 노란 리본 배지를 나눕니다
4・16재단 | 2024.03.13 | 추천 0 | 조회 794
4・16재단 2024.03.13 0 794
185
4·16재단 이사 선거 공고
4・16재단 | 2024.02.23 | 추천 0 | 조회 847
4・16재단 2024.02.23 0 847
184
[안내]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전체 사업
4・16재단 | 2024.02.22 | 추천 0 | 조회 2088
4・16재단 2024.02.22 0 2088
183
[채용종료] (재난피해자권리센터) 4·16재단과 함께 일할 사람을 찾습니다.
4・16재단 | 2024.02.14 | 추천 0 | 조회 1304
4・16재단 2024.02.14 0 1304
182
[모집] 4·16재단 청년 기자단 4기 모집
4・16재단 | 2024.01.17 | 추천 0 | 조회 2205
4・16재단 2024.01.17 0 2205
181
4월 16일, 그날의 약속을 기억하며 시민에게 드리는 글 (1)
4・16재단 | 2024.01.10 | 추천 0 | 조회 1280
4・16재단 2024.01.10 0 1280
180
[모집종료] <4.16꿈숲학교 겨울교실> 프로그램 및 참여 신청 안내
4・16재단 | 2023.12.28 | 추천 0 | 조회 936
4・16재단 2023.12.28 0 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