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록(강물)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그날 이후 1,073일 만인 2017년 3월 22일에 선체 인양이 진행되었습니다. 3년의 시간 동안 바다에 잠겨 있던 진실의 단서가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세월호는 목포신항에 거치되어 있는데,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께서 선체를 찾아와 주십니다. 지난 4월 30일에는 인천의 계양평화복지연대와 함께 세월호 선체를 방문했습니다.
목포신항에 도착하자 곳곳의 노란 리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월호 선체 참관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의 절차를 참고하셔서 다녀오셔도 좋을 것입니다.
안전을 위해 장갑과 헬멧을 착용하고 견학을 시작했습니다. 견학 해설은 2학년 7반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이자 4·16세월호참사피해자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부서장이신 정성욱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장기간 바다에 잠겨있어 부식된 세월호의 모습입니다.
이것은 스태빌라이저라는 수평 유지 장치입니다. 그래서 침몰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조사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스태빌라이저 외에도 현장에는 철근, 절단물, 그리고 세월호를 인양할 때 함께 올라온 뻘 등 많은 것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모두 중요한 증거물들이고, 특히나 뻘에서는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뻘은 생명안전공원이 완공되면 그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선체 외부를 둘러본 후 세월호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화물을 실었던 곳입니다. 이곳은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침수가 일어난 공간인데, 이는 인양 후 차량용 블랙박스를 복원해 알아낸 사실이라고 합니다. 이어서 희생자들이 묵던 객실로 이동했습니다. 3층의 객실에서부터 갑판까지는 겨우 20걸음 정도 거리에 불과했습니다. 밖으로 탈출하라는 한 마디만 있었다면 살아나올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에 모두 안타까움과 분노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문이 유난히 열리지 않아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던 객실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살기 위해 물이 들어차는 문을 수건과 옷가지 등으로 막아놓아서 문을 열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결국 벽을 뚫고 들어가니 그 좁은 객실 안에 열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살고자 했던 간절한 의지가 느껴져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그 아이들이 서로 엉킨 채로 사후경직이 일어나 시신을 수습하기 곤란하자 잠수사분들께서 아이들에게 “집에 가자, 엄마 보러 가자”고 말을 건네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이들이 풀어져 한 명씩 수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모두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수학여행 선물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들떴을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동수 아버지께서는 잠수사들도 그 당시의 트라우마와 잠수병으로 인해 생업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잠수사들도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갑판을 둘러본 후 시민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시민분께서 앞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질문하셨습니다. 동수 아버지께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록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대통령의 기록물 등 중요한 문서들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할 상황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하셨습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상규명 진척 상황을 알 수 있으니 여러분께서도 시청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곳을 둘러보고 난 후 계양평화복지연대에서는 준비해온 노란리본에 추모 메시지를 적어 철조망에 묶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자 한 자 힘있게 써내려가는 어른들부터, 고사리손으로 언니 오빠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모습이었습니다. 동수 아버지께서 기록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으신 것과 같은 맥락에서 미래 세대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잊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갈 길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를 실제로 본 것은 저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생각하던 것보다 더 참혹한 현장이었습니다. 해설을 해주시는 동수 아버지께 몇 가지 질문을 드리려고도 했지만, 자식을 잃은 그 현장을 매번 오가며 설명해야 하는 심정을 차마 헤아릴 수도 없었기에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동수 아버지를 비롯한 유가족분들께서 현장을 지키시는 것은 바로 그들이 부모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났음에도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8년의 세월 동안 목포신항의 노란 리본은 색이 많이 바랬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손수 리본을 달았던 그때의 마음은 바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목포신항의 세월호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여덟 번째 4월도 이제 지나고 5월이 찾아왔습니다. 4월에 멈춰버린 그들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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