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거울 속, 그제야 놓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_박예나

4.16세월호참사 6주기 추모전은

4.16세월호참사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대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시문화사업입니다. 전시문화사업을 통해 4.16세월호참사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전달,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아야 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전시회로 진행했습니다.

‘그제야 무엇을 잃어버린 건지 실감이 났다.’

깨진 거울 속 가족사진을 들여다본다. 그제야 놓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6년이 지나 돌아본 가족들은 서로가 고통을 신음하며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곪을 대로 곪은 마음을 풀어보고자 했을 때, 어느 순간보다도 성호의 빈자리를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끼리 오랜 시간 형성된 감정을 풀어가기엔 아무리 노력해도 끊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무엇을 잃어버린 건지 실감이 났다.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군 둘째 누나 박예나입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A. 도전해보고 있는 것들이 많아요. 많은 분들이 코로나 이후로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했는데 그 일상조차도 이미 잃어버린 채 살고 있었다는 걸 최근에야 실감하게 돼서 하나씩 소소한 것들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추념전에 작가로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사실 아무것도 할 기력이 없었는데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가다듬었던 마음들, 형제자매와 사진 수업을 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니 저에게 큰 의미가 있더라고요. 제가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 사진을 사진전에 내도 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사진을 통해서 제 안에 크게 남은 게 많아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표현하고 싶었어요.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 작가님의 대표작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제 대표작은 가족사진인데요, 도록에 보면 깨진 거울 속 가족사진을 들여다 본다로 시작돼요. 6년째에 와서 현재의 마음을 마주 보며 실감한 순간도 딱 거기서부터 시작되거든요. 뭘 잃어버렸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가족사진을 들여다봤는데 갑자기 실감이 났어요.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가족사진, 매일 사용해왔던 깨진 거울, 온전치 않은 저의 일상 속에서 과거의 흐릿한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는 거죠. 지금의 현실을 실감하고 마주하며 느꼈던 그때 제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6주기 이후 가족이라는 의미가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가족과 남아있는 가족과의 관계도 느껴지는 그대로 담고 싶었어요.


  • ‘당당한 피해자’라는 주제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A. 피해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힘없이 당하는 연약한 이미지로만 느껴져서 그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차라리 그 일을 겪은 당사자라는 표현이 더 낫다는 생각인데 그래서 앞에 당당한 피해자를 붙였어요. 기존에 있는 피해자라는 고정된 이미지와 선입견을 깨고 싶었거든요. 저희가 늘 표현하고 싶은 주제였는데 걱정이 되긴 했어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데로 잘 표현이 될까, 사람들이 우리 의견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됐는데 누군가는 계속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해자” 하면 사람들에게 흔히 각인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피해 당사자들의 모습을 계속 이야기해서 그것이 익숙해지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번쯤 꼭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세월호와 관련된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늘 고민했거든요. 사회에서 흔히 떠올리는 피해자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그 틀 안에 갇혀서 인터뷰했던 거 같아요. 물론 솔직하게 이야기해왔지만 항상 헷갈렸어요. 너무 애써 밝은 척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의심할 거 같고 안 들어줄 거 같고, 분노도 슬픔과 같이 있는데 뭔가 절대 보여서는 안 될 감정처럼 여겨졌어요. 그래서 꼭꼭 숨길 수밖에 없었죠. 저조차도 그런 틀 안에 저를 끼워 맞추고 있었는데 그 틀을 깨부수고 싶었어요. 이 사회와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저희 모습 그대로를 진솔하게 담은 전시라고 생각해요.

 ·작품 활동을 통해 감정적인 변화가 있으신가요? 변화가 있다면 어떤 변화이신지요.

A. 형제자매들과 사진 모임을 하면서 생동감이라는 단어가 다시 제 삶에서 느껴졌어요.

항상 어둡고 슬프고 우울하고 이런 감정들이 지배적이었는데 카메라로 다시 세상과 소통하는 느낌, 다시 세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전에 사진을 찍는다는 건 예쁜 배경을 보고 특별한 것을 찍을 때에만 카메라를 들었는데 사진 모임을 하면서 제 마음이 이끌리는 것, 시선이 멈추는 것, 사소한 것 하나라도 그게 그림자일 수도, 그냥 흠집 난 돌일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찍었어요. 들여다보니 내 마음이 이랬었구나 하며 제 상태를 더 인지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차마 실감하지 못했던 것들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면서 그동안의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혼자 기록용으로 찍었던 사소한 들이 저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는지 깨닫게 된 거 같아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시선들에 대한 언급이 있던데,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지 모른 채 강요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행동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말하기 애매한 순간들이 참 많은데요. 슬프고 무기력한 피해자의 모습만을 떠올리며 저 사람은 웃고 있는데 괜찮아졌나 진짜 슬픈 건가 라든지 분노하면 그래도 참아야지 라든지 이런 틀에 피해자의 감정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피해자도 한 인간임을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한 인격체로 존중받는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알게 된 모습이 피해자이니까 그게 그 사람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큰 슬픔을 겪고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갈 뿐, 우리도 똑같이 살아가요. 괜찮지 않지만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괜찮냐 안 괜찮냐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도 슬픔에 잠기기도 하고 동생이 떠오르기도 하고 실감이 나서 눈을 질끈 감고 가까스로 참기도 하고 그게 우리의 일상이에요. 아니면 아예 회피하면서 마주할 시간도 갖지 않고 자신을 잃어버린 채 그렇게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거나. 피해자의 모습은 다양해요. 당신이 마주한 찰나의 한순간이 그 사람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스스로 엄격하게 자신을 질책하면서 죄책감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에게 모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사회적 시선에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반면, 응원과 위로를 얻은 적도 있으신가요?

A. 상처도 정말 많이 받았지만, 위로와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피해자들 곁에서 항상 걸어주셨던 사람들도 항상 옆에서 챙겨주시는 이웃, 형제자매 공간 우리 함께 운영하셨던 분들, 416재단, 온마음센터 등등 정말 고마운 분들이 참 많아요.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저희 곁에 서서 지지해주셨던 공인분들도 항상 우리 가족들과 형제자매, 친구들까지 사려 깊게 챙겨주셨던 제동 삼촌도 제일 감사해요. 4월 16일에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SNS에 올리거나 노란 팔찌를 차고 방송에 나오거나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마음을 표현할 때 그 행동이 사소할 수 있어도 참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천주교인데 목사님과 친해져서 평화 기행을 다니며 다른 참사의 유가족분들도 만나 뵙고 다른 참사의 현장들을 보며 많이 공부하게 됐어요. 형제자매들을 잘 챙겨주셨어요. 다양한 직종의 정말 많은 분들이 오랜 시간 함께해주셨어요. 항상 정말 감사해하고 있는데 그 고마움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분들의 부축 덕분에 그나마 여기까지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항상 정말 감사해하고 있는데 그 고마움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이 사회가 재난참사피해자와 함께 감에 있어 좀 더 세심하게 주의할 것들이 있을까요?

A.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이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슴에 묻으라든지 이제 그만 잊으라든지 아직도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을 뭔가 뒤처지거나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기고 비정상적으로 규정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저는 동생과 17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했고 자연스럽게 떠나보낸 게 아니잖아요. 단순한 죽음이 아닌 살 수 있었음에도 지켜줄 수 없었고 참사로 표현되는 죽음으로 이별하게 된 거란 말이죠. 그런데 시간이 얼마가 지났건 간에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저 안타깝게 죽은 일로만 볼 수 있겠지만 그날 이후 달라진 제 삶, 가족들의 삶, 일상의 붕괴, 언론과 공권력은 어떻게 피해자들을 대했고,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비난을 들어왔는지는 차마 다 생각하지 못한단 말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많아서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왜 싸우고 있는지조차 관심 두지 않은 채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피로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차라리 평범한 죽음이었다면 저도 살면서 받아들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게 아니니까 평생 가슴에 크게 남는 거예요. 진상규명도 책임자처벌도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시간만 흘러가고 있으니 저를 잘 세우며 살려고 애써도 잃어버리며 사는 게 많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상황이 우릴 놓지 못하게 만든 거지 피해자 탓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재난 참사 피해자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일반적인 죽음과 동일시하는 섣부른 위로는 삼가시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격려와 응원의 말이 위로돼요.


 · 앞으로는 어떤 삶을 꿈꾸고 싶으신가요?

A. 그동안 아주 어둡고 무기력한 상태여서 삶을 꿈꿔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6주기 이후에 제 삶을 회복해야 하겠다, 가족들과도 잘 뭉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동안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성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거고 항상 성호가 제일 먼저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현재를 살아가면서 놓쳐 온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가장 큰 게 가족들과의 관계였어요. 참사 이후 망가지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과거에 잘못했던 것들이 성호에게 굉장히 후회되는데 그럼 지금 남아있는 가족들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나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의 삶과 현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또 다른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지금 이 감정을 잊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야겠다. 슬프고 힘들고 지쳤지만, 가족들과 못다 한 이야기들이 있다면 지금 하고 소중한 마음을 전하며 남은 가족들을 돌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또 6년 동안 저를 잃어버린 채 버티는 인생만 사느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의무로서만 살면 안 되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삶은 자신이 병들어가는 것 같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해서 결국엔 변하거나 그렇게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사는 느낌이에요.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지만, 해결할 수 없는 큰 슬픔이 이미 제 인생에 깔려 있는데 그걸 버텨내기 위해선 그것을 이겨내고 해소할 다른 것들도 필요하고, 그래야 재충전해서 또다시 마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제 삶의 그 모든 균형을 찾고 싶어요. 앞으로도 많이 흔들리겠지만 그렇게 균형을 잘 잡아가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작품에서 차마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A. 전시 주제 중에 하나 더 생각했던 주제는 회피였어요. 다음에 전시할 기회가 있다면 다루지 못한 이 주제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고 싶지만,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 말하고 싶은 건 회피도 슬픔의 다른 이름이라는 거요.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슬픔을 하나씩 회피하고 있지 않을까. 그 슬픔이 결국 회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후회를 낳는 일이겠지만 회피 없는 슬픔의 과정은 없는 것 같아요.

견딜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속도대로 회피하고 마주하며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월호 참사가 사람들에게 큰 아픔이기에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겠지만 사람들이 아예 영영 회피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따금 마주할 기회와 용기가 생겼을 때 조금씩 마주하고 또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그렇게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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