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기억해, 봄] 시사회, 우리는 왜 기억해야 할까?

지난 12월 12일, 안산 4.16 꿈숲학교(가족협의회 앞)에서 ‘다큐멘터리 [기억해, 봄] 시사회’가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기억해, 봄”을 제작한 최호영 감독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만들자’며 열두 명의 고등학생이 모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지만, 이제 막 열여덟이 된 친구들은 세월호 참사를 생각할 때 무언가 전과는 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억이란 무엇일까의 답을 듣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고 많은 어른을 만났고 그렇게 중편 다큐멘터리 <기억해, 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큐제작팀 Re;cord』 시놉시스 :

세월호 참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들.

고2, 무언가 막연한 감정들이 많은데.

우리는 왜 기억해야 할까? 기억한다는 건 뭘까?

답을 찾기 위해 안산으로, 진도로, 목포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

각자의 시간을 살게 된 우리.

지나간 시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뭘까?

*이번 활동은 2021년 청소년·청년 꿈지원사업<4ㆍ16의 꿈>으로 제작되었으며, 4·16재단과 행정안전부가 지원합니다.

오후 1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한 시사회 참석자분들이 행사 내에 도착했습니다. 이윽고 다큐멘터리에 대한 짧은 소개와 인사 이후, 1시간가량 영상 시사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참석자분들은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기대와 관심 어린 눈빛으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시청을 관람하신 참석자 중 한 분은, “요즘 청소년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영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잘 보여준 것 같다. MZ세대가 갖고 있는 마음을 대변한 느낌이 들어 그들의 생각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청소년들의 시선을 온전히 보여준 다큐가 아니었나 싶어 너무 좋았고 이 아픈 참사를 통해 그들이 배우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많은 분이 관람하길 바란다.”라고 평을 주셨습니다.

목포에 가 세월호를 보고, 진도 팽목항에 갔다가 안산 기억 교실, 인천 가족공원 안에 있는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도 다녀왔다. 절망과 저주, 동시에 희망의 상징인 배 세월호를 보며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런 생각들이 절로 드는 공간들이었다. 참사 당시를 떠올리며 희생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고, 어떨 땐 우리를 바닷속으로 끌고 내려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자주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유가족 한 분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 “너희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질문을 한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바쁜 중에서도 따로 시간을 내 만나서 회의하며 열심히 질문을 만든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어떤 질문을 만들든지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 채 툭툭 던지는 질문이, 같은 질문을 수십 번 듣고 반복해야 했을 유가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진심으로 참여했는지와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수북이 쌓인 촬영본을 보고 또 이으면서 스스로 계속 ‘망했다’고 되뇌었다. 촬영은 부족하고 내용은 아쉬웠다.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며 이곳저곳을, 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야길 들었지만 하나의 다큐멘터리에 담기에는 너무 넓고, 얕았다.

그러다가 같이 만나서 편집본을 보는 날이 왔다. ‘우린 망했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다른 말이 터져 나왔다. “다큐멘터리는 세 번 창작된대. 기획할 때, 촬영할 때, 편집할 때. 기획과 촬영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편집에서 우리 열심히 해보자.” 어떤 힘이 이런 말을 하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제야 선명해졌다. ‘망했다’는 비관이고, ‘잘했다’는 낙관이다. ‘그래도 우리 할 수 있어.’가 어쩌면 유일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너무 슬프면 기억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억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또, 사건은 과거의 어떤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만 기억은 ‘~하다’라는 동사로서 현재 우리의 행위와 관련 있다고 했다. 사라진 사람들을 우리는 명예롭게 기억해야 하기도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데에 방점이 있었다. 더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더는 가만히 두 손 놓고 볼 수 없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알게 되고, 배운 것들이 정말 많다. 다큐멘터리 <모어>에 출연했던 모지민님은 한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다. “내가 해온 모든 공연은 결국에 사라질 것이고, 어딘가에 내 사진이 걸려 있겠으나 나는 한시적인 존재일 뿐이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라도 영화 촬영을 결심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흐르고, 정신을 차리고 살지 않으면 금세 휩쓸려 버렸다. 다큐멘터리는 내가 알게 된 소중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게 전달하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내 영상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상 시청 이후,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영상을 제작한 다큐멘터리팀, Re;cord와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및 생각을 교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Q –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계기.

처음에는 단원고 학생들과 나이가 비슷한 것이 영향이 됐던 것 같아요. 불과 고등학생 나이밖에 안 됐는데 그 배 안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나라면 거기서 어떻게 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기억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위해 자신의 생애를 던져서라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나 역시 이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여정에 동참하여 나 역시 그 의문점에 대한 답을 찾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 각자 나에게 세월호 참사가 주는 의미.

이지행 : 어떻게 행동하고 기억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 늘 있었어요. 많은 분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너희들이 살아갈 때 발생한 사건에 관해서 관심을 두고 반응하고 기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저에게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 일어난 일들 혹은 당면한 일에 대해 온 힘을 가지고 반응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것이 지난 역사 및 과거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합니다.

차주엽 : 내가 너무 운이 좋았던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머니가 했던 말씀이 생각나요. 어머니께서 교사신데,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 살 수 있었을까? 학생들을 보호하는 일이 교사의 본분인데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아마 사랑하는 우리 아들을 보기 어려웠겠다.“라고 하셨어요. 그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저에게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마주하고 당면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송현서 : 처음 고등학교 2학년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했을 때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작하면서 점점 책임감이 생겼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내가 꾸준히 관심 두고 걸어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스스로 성장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이러한 재난 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최호영 : 세월호 참사는 가슴 아픈 참사기도 하고, 정말 정말 슬픈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는 참사인데요, 그런데 좌절하면서도, ‘그러면 나는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도, 할 줄 아는 것도 서투른 상태에서 무작정 만들기 시작했던 다큐기도 하고요

뭔가 오랜 시간 생각해 왔고 경험해 본 것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단단해지진 못했던 거 같아요. 여전히 그때 당시의 기사를 보거나, 확성기로 외치는 ‘화랑유원지에 납골당 설치 반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좀 많이 힘들거든요. 근데 저보다 앞에 서 계시는 유가족분들을 보면 마냥 속상해해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속상하고 힘들 때마다, 그러니까 더더욱 앞으로는 이런 참사가 없어야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저에게 세월호 참사는 좌절되지만 좌절하지 않고 옆에 있는 사람들과 손잡고 나아가는 법을 제게 알려주기도 했고요, 여전히 답은 모르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해서 그 척도가 되어줄 일일 것 같아요.

Q – 앞으로의 꿈.

이지행 : 이전에는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최근에는 사람들을 만나며 심리학을 공부해서 그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심리치료사 혹은 심리 상담가 같은 일이요. 제가 대화를 나눈 분 중에서 슬프거나 사연 있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 적이 있어요. 저는 크게 한 것이 없었어요. 그저 열심히 경청하고 그분의 마음을 이해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큰 위로가 될 줄 몰랐어요.

차주엽 : 저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보다는 최소 유해한 일을 주지 않고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웃음) 지금은 환경 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서 환경 공부를 하고 있어요. 나중에 환경을 보호하고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한다거나 환경에 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는 일을 한다거나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소중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송현서 : 저에게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관계성‘인데요.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조금 못살더라도 다 같이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사회에 만들어 가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최호영 : 처음에는 영상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영상기술을 키우고 이것을 갈고 닦아서 내 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가 다큐멘터리, ’기억해, 봄‘을 제작하게 되었고 제작 과정 중 점점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 좁은 공간 바리케이드 안에서 유가족들이 있고 연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펑펑 울은 적이 있어요. 그때 유가족분이 저를 안아주면서 다독여 주시며 해주셨던 이야기를 듣고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많은 분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어요. 저는 현재 다큐멘터리 감독의 꿈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 뜻있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다른 이에게 전달해 주고 싶어요.

제작팀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 [기억해, 봄]을 제작 과정 후기와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 다른 계기를 통해 영화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모두 희망과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각자가 바라는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가는 이들의 꿈을 지원하고 응원합니다.

 

 

[후원계좌]

226401-04-346585

(국민,416재단) 

 

[후원문자]

#25404160

(한건당 3,300원)

 

[후원ARS]

060-700-0416

(한통화 4,1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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