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대학생 기자단 3기] 연극<2014년생> 세월호의 장소들에서 – 세월호 이후 아동·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지난 13일 19시, 종로구 전태일 기념관에서 연극 <2014년생>이 상연되었습니다.

연극 <2014년생>은 세월호 8주기를 앞둔 2022년 4월 최초로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작년에 연행되었던 <2014년생>은 2014년에 태어난 백송시원과 2014년에 살아남은 단원고 생존자 김주희가 함께 세월호의 장소들을 여행하며 담았던 기록이 주를 이루었는데요. 어린이 인권과 안전, 애도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지난 2월 ‘이영만연극상’ 1회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23년 새롭게 올려지는 <2014년생>은 세월호의 장소들에서 시원이 품은 질문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연극입니다. 제목과 취지, 공유하는 주제는 그대로이지만 상연 내용은 보다 새로워진 것이죠.

(지원: 4·16재단/ 제작: 낭만유랑단/ 연출 : 송김경화)

2층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활력 넘치는 목소리와 몸짓들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단원고 생존자인 김도연 학생, 김주희 학생의 협력과 송김경화 선생님의 연출로 진행되었습니다. 2023년의 <2014년생>은 ‘세월호의 장소들’이라는 기존 주제를 기반으로 일상 속의 ‘안전’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요. 동료 시민이자 비아동청소년배우인 이나리가 동행하는 2인극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화’라는 도로교통법 개정사항에 대한 시원의 궁금증으로 극은 시작됩니다. 극은 비아동청소년에 비해 아동청소년의 안전이 무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시원의 시선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관객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합니다. 극장에 입장하는 관객 전체는 ‘뿍극대원’으로서 뱃지를 부여받고 ‘동료’로 극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시원이 동료 대원들과 소수자의 문제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안전’이 보장되는 미래를 함께 고안해내는 과정까지가 극의 일부가 됩니다. 현장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고자, 주연인 백송시원 학생과 연출을 맡아주신 송김경화 선생님의 소감을 들어보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 4·16재단 대학생 기자단 3기 최민경입니다. 작년부터 <2014년생> 연극을 올리고 있는데, 시원이 처음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부터 연기를 장래 희망으로 삼았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주희 언니와 도연 언니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연극을 하게 됐어요. 주희 언니와 도연 언니가 제가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거든요. 엄마가 마침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그럼 연극을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연극을 하게 되었어요.

● 연극을 올리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결정을 내렸나요?

저는 사실 1학년 때부터 연극을 해왔어요. 가족 극단은 아니지만 제가 아는 동생들이랑도 연극을 올린 적이 있고요. 그 이후에 엄마가 세월호 관련 연극을 하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연기를 하게 된 거죠. 무대 체질인 것 같기도 하고, 작년에도 연극을 해봐서인지 무대 오르는 게 많이 부담스럽지 않더라고요. 연극은 지금 제게 재미있는 취미예요. 의미 있는 건 당연하고요.

● 좀 전에 연극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말해 주었지요. 약한 사람들, 사회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서 시원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시원이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저는 우선 모든 장소가 어린이 보호 구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장소들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위험한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동물이랑 어린이가 같이 출입할 수 있는 카페가 훨씬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펫 프렌들리인데 노 키즈존인 그런 카페들 말고요. 우선 저희 동네에는 펫 프렌들리 카페도 세 군데밖에 없거든요.

● 그럼 시원이 어린이로 살면서 특별히 불편했던 기억이나 경험이 있나요.

우선 지하철이랑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은 곳도 많고요. 어린이 세면대가 없어서 손이 안 닿는 곳이 너무 많아요. 지하철도 그래요. 발을 딛고 올라갈 수 있는 계단도 없고요. 저는 우선 거의 모든 동네가 어린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래도 어린이가 좀 살기 편한 동네들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사는 동네는 어린이가 살기에 좀 부적합한 것 같아요. 강아지 출입이 가능한 카페도 너무 적고요. 또, 큰 강아지는 안되고, 작은 강아지는 출입이 되고 그런 것도 이상하죠.

● 시원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같이 사는 사회를 조금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너무 어른 중심적(비아동청소년)이잖아요. 어린이나 동물 중심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그쵸, 또 인간중심적이고요.

조금 약한 동물이나 사람이라고 해도 각자 자리에서 반짝일 수 있도록. 차별받고 힘든 사람들 쪽으로 좀 더 기울었으면 좋겠어요. 여태까지는 발전하는 데 더 신경을 썼으니까 조금 더 아프고 약한 사람들도 신경을 써줘야 하지 않을까요.

● 시원은 혹시 좋아하는 책이나 가수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동화책을 좋아합니다. 집에 동화책이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그중에서 백희나 선생님 동화책이 제일 좋아서 팝업 스토어도 다녀왔어요. 가수라고 하기에는 아이돌이지만(웃음) 안유진을 좋아해요. 제가 원하는 게 가득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는데,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순 없는 것 같아요.

● 그럼,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려면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많이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어느 정도 자기 몫을 포기하고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이든 지식이든 문화든지요. ‘뿍극대원’들과 함께요.

● 어른들의 생각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나요.

서로 간 양보를 하고, 배려를 해주는 멋진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는 거죠. 지금 사회에서 부자들은 자기가 가진 돈을 잘 나눠주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 편견들을 깨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 대사 중에서도 편견이 있어서 혐오가 발생한다는 말을 해주었죠. 멋지네요.

우리는 사회 속에서 같이 살고 있는 거잖아요. 본인만 잘 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 살아야죠. 축제도 자유롭게 열 수 있어야 하고, 공간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마음껏 뽐낼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사람들이 각자 옷을 골라서 직접 디자인하고, 그 옷을 입고, 스스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눈치 보지 않고 뽐내고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그럼 시원은 세월호 언니 오빠들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고 싶나요?

저는 우선 연극을 하고 있고요. 사람들이 “몇 년 지난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려고 하냐”이렇게 비꼬기도 하잖아요. 정말로 진심을 담아 그들을 애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애도하는 사람의 마음을 더 존중해 줬으면 해요. 그리고, 애도하고 싶은 사람이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애도에 대해서 마음껏 말할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하고요.

● 아까 시원이가 형광펜으로 바닥에 썼던 법들 중에서, 이해되는 말도 있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법도 있었죠.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 있을까요?

혐오랑 차별. 제가 꼭 만들었으면 하는 법은 차별하지 않는 법이에요. 차별금지법. 차별하지 않아야 혐오하지 않으니까요.

● 차별하는 순간,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또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는 이유가 되죠. 우리는 원래 모두 다른 거니까요. 저도 지혜를 얻고 가네요. 고맙습니다.

잇따라 작을 연출하신 송김경화 선생님과의 인터뷰도 현장에서 진행했습니다.

● 저는 안산에 있는 예술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대학생입니다. 소설과 시를 바지런히 쓰고 있는데요. 근사한 연극 <2014년생>을 기획하시게 된 의도를 간략하게 여쭤볼 수 있을까요.

당사자의 목소리로 세월호참사를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2014년에 태어난 시원님이 성장하여 주희, 도연을 만나게 되고, 이후 노란 리본 엄마들과 이모들도 마주하게 되었죠. 지속적으로 관계 맺기를 해오니까, 노란 리본이 뭔지 세월호참사가 뭔지에 대해 시원도 계속 질문을 해왔고요. 저도 세월호참사에 대해 발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전부터 계속 느꼈고요. 영상을 통해서 보여주는 게 사실 가장 직관적이긴 하죠. 그러나 당시 언론들은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기사들을 쏟아냈어요.

저는 주희, 도연이 있으니 당사자의 목소리로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에도 나오지만 <홀>이라는 만화책을 보여줬더니 시원은 처음에 이 사건을 허구라고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시원은 픽션이라고까지 생각했군요.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실제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죠. 이후 세대가 세월호 현장들을 직접 보고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와 주희, 도연은 다음 세대에게 세월호참사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시원에게 세월호참사가 어떻게 기억되어 질까를 쫓아가는 작업이었어요.

● 작년 작품과 올해 작품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상이한 것 같습니다.

맞아요. 작년 연극은 시원이 세월호의 장소들을 다녀와서 품게 되는 질문들 위주였어요. 언니들에게 보고 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조합하는 과정이었죠. 이게 시원의 기억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세월호라는 사건 중심이었어요. 2학년 시원이 볼 수 있는 만큼만 담아냈거든요. 그렇다면 올해는 시원이 매일매일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겪고 있는 교통안전 문제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죠. 그래서 경찰서에 가는 장면이 첫 장면인 거고요.

세월호참사와 결국 어린이 교통 안전이 연결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안전하지 않다는 감각이 어린아이에게까지 체감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세월호참사 이후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약속은 많았지만,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사회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비아동청소년, 즉 어른 세대는 계속해서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안전한 사회는 지금 당장 살아가는 일상의 감각들, 굉장히 미시적인 부분들에서 온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아까 시원과 인터뷰를 했는데, ‘세면대에 손이 닿지 않는다’, ‘스크린 도어에 발이 빠질 수 있다는 일상의 위험, 그런 지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위험의 국면들을 담아내려고 한 게 잘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이런 장면들은 시원이의 관점으로 보고 있기에 당사자의 시선 그 자체라고도 느끼게 되었는데요.

세월호 배를 타고 있던 아동청소년의 권리는 결국 차별과 혐오로 인해 침해받기도 한 것이니까요. 생존자와 피해자 모두 아동청소년이기 때문에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권리 침해들이 상당히 많았고, 초연에서는 그런 지점들을 포착해서 시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과정에 집중했어요. 그에 비해 이번 공연은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쟁취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죠. 어린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하고, 참여권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선보이는 작업입니다.

저도 관객 참여형 연극은 다수 접했지만, 원탁처럼 둘러앉아 리본을 매고 서로가 동료로(뿍극대원) 참여하는 작업은 처음이라서 감회가 남다릅니다.

저도 기쁘네요. 제가 앞으로 진행할 작업들도 모두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는 게 중요한 축 중 하나입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로 기억되고, 당사자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과정이 앞으로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기자단 (최민경) 글 전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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