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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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훤
9월의 《월간 십육일》에서는 2014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
전시와 출판물 등 다양한 사진 작품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훤 시인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Love me tender>
-304개의 이름에게
아직 먼지가 일고 있습니다 펜스 앞뒤로
문이 열리고 닫힙니다
세 번의 봄을 보낸 사람이 학교를 떠나고 새 몸이 입장합니다
그 일이 언제나 가능한 것처럼
잘 있습니다
두고 간 가방은
다시 태어나
바다가 되고 회전문이 되고 봄이 되고 문장이 되었는데
열어보면
아직 어디 흐르지 않고 한 자리
거기
있습니까 충분한
부르고 있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이름이 다녀갈까 봐
봄에는
창을 다 열고 잡니다
느리고 넓게 찬찬히 움직이기를 가끔 뻗어주기를
사월에 기도합니다
잘 도착했습니까
우리는 아직 도착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습니다
기억하는 일에 어제 오늘 내일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배우며 우리는
없는 곳으로
숨을 쉬어요
발등과 발등이 향하게 서서
미안합니다
기도가 끝나면 부르기 조금 수월해지고
눈 감으면
남아 있습니다

《월간 십육일》은 매월 16일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작가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주제의 에세이를 통해, 공함하고 계속 이야기해 나가자고 합니다.
*연재되는 모든 작품들은 4·16재단 홈페이지, 블로그, 뉴스레터 등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