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로 이야기를 빚다] 안녕 휘범아? 안녕 아들아. 마음껏 너를 그려본다

피해자 문화예술 활동 지원 사업은
세월호참사 피해자가 도자기 페인팅 수업을 통해 문화 예술 분야의 소양을 쌓고 수업을 통해 제작된 도자기 작품으로 작품집을 제작해 피해자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예술 통로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800도라는 열을 견딘 도자기는 흙에서 단단한 자기로 탄생합니다. 그 과정이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이 고통을 이겨내 안전 사회를 건설해나가는 이 사회의 어른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10주라는 시간은…

도예 수업은 10주간 진행됐습니다. 그 동안 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타인과 두 손을 맞잡고 물레도 돌렸습니다. 함께 맞잡은 손으로 우리는 또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함께, 그리고 같이. 10주라는 시간은 우리 엄마들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작품을 만드는 그 시간,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 냈을까요?

“엄마는 잊지 않고 너를 빚는다.”_4반 정휘범 엄마 신점자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금요일만 기다렸어요. 이 흙 만지는 느낌, 어릴 때 느꼈던 그 촉감, 그 냄새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행복하더라구요.

사실 이 도자로 잇다가 정말 행복했던 이유는 따로 있어요. 7년이란 시간이 지나며 24시간 항상 내 곁에 내 머릿속에 있던 우리 아이가 문득문득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는 거에요. 나는 잊지 않았는데, 가슴에 묻은 자식을 어떻게 잊겠어요? 그런데 내가 너무 일상에 치여 우리 아이를 더 많이 떠올리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었죠.

그런데 ‘도자로 잇다’라는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우리 아이를 원 없이 떠올릴 수 있었어요. 우리 아이가 이 흙은 만졌으면 어떤 모양이 나왔을까? 우리 아이도 뭘 만드는 걸 참 좋아했는데라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나는 거에요.

슬픔이라기 보다 잔잔한 그리움? 그리고 추억? 그런 것들을 다른 엄마들과 공유하는 것도 참 좋더라구요. 우리 애는 이랬다, 우리 애는 저랬다. 그런 걸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입 밖으로 한 번 더 내뱉으며 아이와의 추억을 견고히 쌓아가는 과정이었죠.

이제 우리가 만든 작품들로 전시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조금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걸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전문성을 기대하고 오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되구요.

그냥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태교할 때 좋은 음식만 먹고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노력하잖아요? 우리가 도자를 빚는 동안 그랬어요. 오로지 아이만 생각하며 모든 걸 쏟았거든요. 엄마들이 아이들을 기억하며 소통했던 그 과정을 거쳐 나온 작품이구나. 그 순간 얼마나 진심을 쏟았을까?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랑과 추억을 담아…

엄마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에는 사랑이 담겨있었습니다.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 여느 교실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엄마들은 입을 모읍니다. 아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이 마냥 슬픔은 아니라고. 사랑과 추억을 원없이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배움과 소통을 위해 한발짝 나아가봅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또 어떤 색으로 어떤 형태로 들려줄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끝없는 소통 그리고 연대.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겠습니다.

4·16재단은 다양한 색깔로 이야기를 피워내는 피해자와 함께 세상을 물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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