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은 올해 6월부터 전국 재난참사 현장과 추모현장을 찾아가는 생명안전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 재난피해자와 시민사회 활동가를 만나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 설립을 알리고 추모현장을 방문해 참사에 대한 이야기와 남겨진 과제를 들으려 합니다.
지난 6월29일(목) 시동을 건 생명안전버스의 첫 일정은 삼풍백화점 위령탑 앞이었습니다. 삼풍백화점 참사의 추모일이기도 한 당일은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졌지만, 전국에서 달려온 재난참사 피해자들과 삼풍백화점 유족들이 생명안전버스의 첫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함께 했습니다.
올해로 38주기를 맞는 삼풍백화점 추모행사가 무엇보다 특별했던 이유는 38년 만에 처음으로 소개된 추모곡, ‘그날처럼 오늘도’ 때문이었습니다. 추모식을 진행한 김문수님(삼풍유족회 섭외부장)은 “추모곡이 없어서 애국가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노래말을 쓴 최은영 작가와 현장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4·16 합창단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추모곡의 여운은 다음 일정인 ‘노래와 함께하는 이야기버스’ 행사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래의 탄생 과정과 4.16합창단과의 만남 그리고 참사 당일의 이야기들을 노래와 함께 들을 수 있었는데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지만 따뜻한 조명 아래서 웃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동생은 착한 사람이었어요.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웠어요. 제가 일하면서 다른 동생들도 겨우 학교를 보낸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죠. 제 동생이 돈을 보태겠다고 하면서 일을 시작한 곳이 삼풍백화점이었어요.”
참사 당일의 기억과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참사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 다른 누구의 일이 아닌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더 이상 누구도 같은 슬픔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야기버스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삼풍백화점 참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현장은 보존되거나 기억할 수 있도록 남겨지지 않았습니다. 아크로비스타라고 불리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그곳은 긴 세월이 흘렀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창밖으로 옛 삼풍백화점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생명안전버스] 재난참사 피해자와 함께하는 6월 생명안전버스 – 둘째 날
생명안전버스는 다음날 두 번째 행선지인 씨랜드 화재 참사로 향했습니다. 선포식이 있던 다음날인 6월 30일(금)은 씨랜드 참사가 일어났던 날입니다. 화성 청소년수련원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4명 등 23명이 하늘에 별이 된 지 24년이 되었습니다.
생명안전버스의 탑승객은 추모식을 마치고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송파 안전체험관을 방문했습니다. 씨랜드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뜻으로 세운 한국어린이안전재단과 안전체험관의 설립과정을 들을 수 있었고, 어려운 상황에서 재단을 운영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신 피해자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추모비가 참사 현장이 아닌 이곳에 있다는 걸 생각할 때마다 후회가 밀려와요. 사실 이곳에 세워진 과정도 만만치 않았어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거든요. 화성 시장이 바뀔 때마다 얘기가 번복되고 압박도 심했어요. 씨랜드를 운영하던 가해자는 지금도 현장 근처에서 대형 카페를 경영해오고 있어요. 그 카페도 나중에 불법 증축으로 문제가 됐었는데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이죠.”
이어진 자리에서는 참사 당일의 기억과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근황을 묻는 이야기 마당이 진행되었습니다. 2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마음을 다른 참사의 피해자들이 공감하며 서로 손을 잡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생명안전버스와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 설립을 위한 화이팅과 함께 두 번째 날이 저물었습니다!
7월 생명안전버스는
‘7.18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를 찾아갑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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