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하연주] 내 영혼은 당신과 생을 이어나갔다

월간 십육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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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연 주


1월의 《월간 십육일》에서는 세상을 여행하고 탐험하는 배우, 

하연주 작가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내 영혼은 당신과 생을 이어나갔다>

 

 

어렸을 적 나는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것, 놀이 기구가 멈추는 것, 자동차가 미끄러져 벽을 박는 것. 일상 속에서의 희박한 사고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사고 끝엔 죽음이 있었다. 어린 나는 죽음이 두려웠다.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던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수년 전 호주 서쪽을 여행하던 중에 겪은 자동차 사고였다. 승용차 뒷자리에서 선잠을 자며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상한 흔들림에 눈을 떠보니 차가 도로를 벗어나고 있었다. 놀라 비명을 지르자 제자리로 돌아오는가 싶더니 이번엔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을 지나 덤불들을 들이받으며 도로를 완전히 이탈했다. 멈출 줄 모르고 달리는 차 안에서 덤불 뒤의 절벽을 상상하며 나는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렸다. 다행히 우리의 차는 나무를 박으며 멈추는 것으로 사고가 마무리되었다.

 

그때 나를 잠시 스쳐간 죽음은 경험해 보지 못한 종류의 감정과 생각으로 나타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기 우는소리를 듣자 눈물이 쏟아졌다.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한국에 돌아와 운전을 할 때면 언젠가 길 위에서 죽을 운명이라 스스로를 단정 지으며 불행했다. 죽을 것 같다는 공포와 곧 죽을 것이란 체념이 나를 지배했다. 몇 개의 계절이 지나서야 나를 뒤덮은 공포와 체념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으나 다시 켜진 죽음의 스위치는 끌 수 없었다.

 

다시 어렸을 때처럼 죽음과 사고, 사고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우연히 친구의 경험을 듣게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 안에서 숨이 끝까지 빠져나가 턱하고 막힌 순간 죽음을 받아들였다는 친구의 말에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우리 각자가 곧 죽을 것이라고 느꼈던 각각의 시간에 죽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줄도 모르고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영혼들이 만나 친구가 된 게 아닐까. 나의 말을 들은 친구는 허허 웃었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오늘이다. 오랜만에 탄 비행기 안에서 잊고 있던 이 일련의 일들이 떠올랐다. 포르투갈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작은 비행기가 안전벨트를 메라는 표시등을 키며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그때 호주에서 죽은 것일까?’

 

‘이번에 나는 죽게 되는 걸까?‘

 

‘그때 나는 죽고 계속 생을 이어나간 건 아니었을까?’

 

‘이번에 나는 죽고 계속 생을 이어나게 되는 건 아닐까?’

 

흔들리는 컴컴한 비행기 안에 앉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두렵기보다는 안타까웠다. 혹 그런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나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다.

 

나는 내가 죽은 줄도 모르고 이곳에서 당신과 잘 살고 있다고. 미래를 생각할 줄 알게 된 때부터 품어왔던 꿈들을 도전하며 살고 있다고. 모험을 하고 좌절을 겪고 남들처럼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을 느끼며 평범하고 특별하게 살고 있다고. 그러니 당신도 그곳에서 잘 살라고. 끝난 줄도 모르고 나의 영혼이 만끽하고 있는 삶을 부디 당신도 살라고.

 

비행기의 흔들림이 줄어들고 있다. 안전벨트 표시등에 불이 꺼진다. 늘 그래 왔듯이 비행기는 무사히 안착할 것이다. 착륙과 동시에 안도의 박수를 치는 승객들 사이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다시 당신과 살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길 것이다. 내 영혼의 꿈일지 생시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늘 그래 왔듯이 말이다.


《월간 십육일》은 매월 16일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작가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주제의 에세이를 통해, 공함하고 계속 이야기해 나가자고 합니다.

*연재되는 모든 작품들은 4·16재단 홈페이지, 블로그, 뉴스레터 등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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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월간 십육일-하연주] 내 영혼은 당신과 생을 이어나갔다

  1. Gary 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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