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치료(Arts Therapy)’는 심리치료의 한 갈래로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이롭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치료에 비해 더딘 치료 과정이 단점으로 지목되긴 하지만, 대인기피증과 강박증 등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증상들의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치료에 해당되는 악기연주, 안무, 글쓰기 등 다양한 카테고리들 중에서도 세월호 가족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유리공예였습니다. 심리학 학계 설명에 따르면 작품을 만듦으로써 그 과정 자체에 몰입하게 되고, 이로써 무의식에 갇혀있던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다고 하니 새삼 미술이 정서교육이라고도 불리는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4.16공방(피해자 문화예술활동지원사업)의 사업담당자인 김양희 간사는 “가족분들이 회차가 갈수록 수업에 의욕적으로 임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배운 기법을 활용해 세월호참사 관련 작품을 만드실 구상 또한 하시더라”라며 이번 4.16공방에 대한 긍정평가를 설명했습니다.
5주간의 활동을 통해 가족들은 손수 코스터와 썬캐쳐를 만들며 의미 있는 내적 경험을 마련하였고, 추후 작품을 외부와 공유하면서는 타인과의 교류로 인한 행복감을 추가로 경험해 나가실 거라 예견합니다. 유리를 자르고, 다듬고, 붙이어 멋진 작품으로 완성하신 가족분들에게 다시금 ‘대단하시다’고, 적극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애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참여자이신 김정해님(2학년 8반 안준현 어머니)은 “유리공예의 조각조각 맞춰지는 모습을 보니, 준현이가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수학교구가 생각났다”고 하시며 “유리조각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는 게, 무엇보다 신기하다”는 소감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아래는 김정해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유리공예의 마지막 과정인 납땜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하셨다. 활동 소감이 무척 궁금하다.
– 유리를 크기에 맞춰 절단하고, 기름칠을 하고, 납땜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유리 조각이 딱 맞춰지니 신기하더라.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야지만 최종적으로 작품이 완성되지 않나. 그래서 더욱 의미 있었다.
참사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자 기획된 사업이 바로 ‘4.16공방’이다. 유리공예가 도움이 되었나?
– 공예 작품을 만듦으로써 잡념이 사라지더라. 확실히 도움 된다. 참사를 겪으며 트라우마로 인한 위축된 생각이 자주 들었다. 지금도 이에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기에 공예를 하면서 집중할 대상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려 한다. 작품 완성 후, 성취감을 느끼는 점 또한 마음의 안정으로 작용하더라.
가족들끼리 지속적으로 만나고, 작품에 관해 대화하는 등 4.16공방의 부수적 요소들까지도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맞다. 솔직히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가족들끼리 교류할 만한 게, 아마 없었을 거다. 각자 집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외부로 나와 서로 얼굴 보며 만나는 게, 훨씬 좋지 않겠나.
추후 재단에서 유리공예 심화과정을 진행한다면?
– 꼭 참여하겠다.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세월호참사를 한 번 더 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추후 노란 리본을 탈피해 예술작품으로써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의 중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계신 건가?
– 단순 노란 리본을 넘어 이제는 좀 더 세련된 표현방식이 필요한 시점일 거다. 예술로써 대중에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로 작년에 전시를 한번 했는데, 작품을 통해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공감 포인트들이 다양해지더라. 어쩌면 피케팅 활동보다도 작품을 통해 세월호참사를 알려나가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4.16공방은 가족들의 심리적 치유에 앞장서며
작품을 통해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대중의 수를 늘려나가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